절대 서로 만날 수 없는 관계라는 신민아와 김해숙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가 열연한 <3일의 휴가>

장혜령 기자 승인 2023.11.28 21:02 | 최종 수정 2023.12.04 11:09 의견 0

11월 27일 건대 롯데시네마에서 <3일의 휴가>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육상효 감독 김해숙, 신민아, 강기영, 황보라가 참석했다. 영화를 처음으로 본 배우진은 올라오는 감정을 누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려 등장 시간이 지연되기도 했다. 사회자의 첫 질문이었던 첫인사, 첫인상을 헷갈린 육상효 감독의 재치로 아이스브레이킹 되었다.

<3일의 휴가>는 죽은 엄마 복자(김해숙)가 3년 만에 3일의 휴가를 받아 지상에 딸 진주(신민아)를 만나러 가는 힐링 판타지 영화다.

신민아 배우 - 사진 ⓒ 필더무비


극 중 진주는 엄마의 레시피로 백반집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는 묵은지 스팸 김치찌개, 두부, 무 넣은 만두, 잔치국수, 잡채, 미역국 등이 등장해 시각과 미각을 자극한다. 연출 중점 포인트에 대해 육상효 감독은 “기억이나 그리움이란 감정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음식, 음악, 풍경 등이 기억력을 환기해 준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영화는 엄마 복자 역의 김해숙과 딸 진주의 케미가 큰 포인트다. 그 밖에도 복자와 가이드, 진주와 미진의 캐릭서 소개가 있었다. 김해숙은 “작품하며 만난 딸 중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딸이다. 우리 딸과 연기한다고 생각 했다”라며 연기를 떠나 모녀 감정을 주고받았다며 신민아를 칭찬했다.

이어 “돌아가신 분이라 현실 엄마는 아니지만 엄마는 엄마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역점을 두었다. 하늘에서 우리 엄마가 내려온다면 어땠을까, 내가 이런 일이 있었다면 내 딸에게 어떻게 했을까 생각했다. 영혼이지만 실존 인물처럼 의상부터 고민했다”라며 중점 둔 부분을 설명했다.

신민아 배우 - 사진 ⓒ 필더무비



딸 진주 역의 신민아는 “처음에는 어떻게 연기해야 할까 고민이 많았지만 첫 신을 찍고 엄마라기보다 나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깨닫고 편해졌다. 아무것도 안 해도 박복자 씨 때문에 진주가 사랑스러워진 것 같다”라며 김해숙에게 감사했다.

이어 “딸이 엄마를 대하는 감정은 대부분 복잡하면서도 비슷할 거라고 봤다. 편한 존재라 감정 표현을 자주 하기도 한다. 진주는 애증 있는 상황이지만 저는 딸로서 보편적인 마음이 공감되도록 연기했다”라며 진주를 소개했다.

모녀 케미와 더불어 복자와 티격태격하는 가이드 역의 강기영은 “감독님이 ‘지극히 평범한 여행사 수습 가이드’를 원하셔서 일상적으로 표현했다. 이승과 저승 구분 없이 통제불능 박복자 님을 모시는 가이드라, 저승사자, 귀신이란 표현을 넣지 않았다”라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황보라 배우 - 사진 ⓒ 필더무비


딸 진주와 오랜 단짝 미진을 연기한 황보라는 “매번 어떻게 웃길까, 튀어 볼까. 늘 강박이 있었는데 오버하지 말라는 디렉팅에 서정적으로 힘 빼고 연기했다. (과거) 서울로 유학 왔을 때 엄마랑 자주 싸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맥도날드 신에서 그때 감정이 확 올라왔다”라며 희생하는 엄마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다며 솔직 답변했다.

<3일의 휴가>는 영혼이 보이는데 안 보이는 척 연기하며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다. 배우 각각 촬영해서 CG로 덧붙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복자와 미진, 진주가 서로 자기 이야기만 주고받는 장면이 유쾌하게 설정되었다.

황보라는 “제 대사가 나름 심오해서 감정을 담아 열심히 했는데 (영화에서 저렇게) 대사가 안 들리게 편집되었을지 몰랐다”라며 웃음을 유도했다. 신민아는 “셋이 찍을 거라고 생각 못 했다. 티 날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자연스러웠다. 이상한 웃음 포인트가 생겨 재미있었다"라고 촬영 소감을 전했다. 김해숙은 “누가 더 목소리 크나 내기할 정도였다. 각자 자기 이야기만 해서 힘들었다. 모녀 사이라 서로 스킨십도 하고 눈을 바라보며 연기해야 하는데 답답해서 많이 웃었다”라며 촬영 에피소드를 설명했다.

강기영 배우 - 사진 ⓒ 필더무비


강기영은 유일한 남성 캐릭터이자 복자와 초롱이(강아지)와 촬영하게 된 아쉬움을 전했다. “박복자 님과 초롱이하고만 소통했는데 이번에는 가이드로 모셨지만 다음에는 엄마로 만나고 싶다. 신민아 황보라 배우가 일찍 데뷔해 (내가) 두 분을 보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음 작품에서는 꼭 함께 소통해 보길 원한다”라며 엄마랑 소통할 수 있고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계기를 배웠다고 말했다.

영화는 <7번방의 선물>, <82년생 김지영>, 드라마 [신성한 이혼] 등을 집필한 유영아 작가의 시나리오다. 평범한 모녀, 가족도 특별하게 만든다.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딸이라는 설정이다. 육상효 감독은 전작 <나의 특별한 형제>를 통해서도 혈연관계가 아닌 가족의 모습을 전해 깊은 울림을 전한 바 있다.

육상효 감독 - 사진 ⓒ 필더무비


육상효 감독은 “김영아 작가의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슬픈 에피소드가 더 많았는데 줄였다. 슬픔이 강해서 이야기가 흐트러지는 것을 경계하려 했다. 건조한 영화를 만드는 건 감독에게 두렵다. 대중은 감정이 흔들리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는 정도의 슬픔을 조절해야 한다. 슬픔의 눈물도 있지만 공감 때문에 흘리는, 이해하는 눈물을 많이 넣었다. 그게 좀 더 많았으면 했다”라며 슬픔 조절 방식을 설명했다.

이어 영화 속 희생하는 엄마의 모습이 MZ 세대에게 받아들여질지 묻는 질문에는 “여전히 부모 자식 관계는 변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부모는 절대 자식을 배신하지 않는다. 다만 자식이 모르고 오해할 뿐 나중에 깨닫는다. 하지만 영화 속처럼 강하고 돈독한 관계는 아닐 것이다”라고 설정을 강조했다.

노라 존스의 ‘Don't Know Why’는 영화의 메인 테마곡이라 할 수 있다. 진주의 벨소리와 컬러링으로 쓰였다. 노래 선곡 이유를 묻자 육상효 감독은 “10여 년 전 전문직 여사친에게 전화하면 대부분 ‘돈노와이’였다. 지적인 분들이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노라 존스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저작권 문제 해결에 힘들었다”라며 에피소드를 전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이 노래로 엄마와 딸이 연결되는 시퀀스, 메시지는 하나다. ‘부모님의 전화를 잘 받자’다”라며 자식이 부모 전화를 받지 않아 컬러링만 듣게 되는 아픈 장면을 재치있게 전했다.

김해숙 배우 - 사진 ⓒ 필더무비


김해숙은 “감독님의 선곡 사연은 전혀 몰랐다. 제가 생각하기에 ‘돈노와이’는 모녀 사이의 연결 고리다. 이 노래가 계속 흐르는 건 사랑이다. 자식 사랑은 대물림이라고 하지 않나. 가장 소중하고 가까운 사람에게 해야 할 말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꿈에서라도 진주가 엄마에게 못다 한 말을 하듯 엄마에게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이제라도 전하고 싶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저승에서 휴가를 나오고, 딸을 만지면 기억이 사라져 인연이 끊어진다는 설정에 대해 육상효 감독은 “설정은 기본 대본에 있었다. 가족 간의 그리움이나 기억과 잘 엮어서 할까 고민했다. 어떤 말을 주고받고 헤어지면 그리워하나 보여주려고 했다”라고 답했다.

전작 <특별한 나의 형제>부터 계속 가족을 소재로 삼는 이유에 대해서도 “<3일의 휴가>는 가장 작은 단위인 모녀 관계로 설정했지만 사실 가족은 혈연과 아무 관계없다. 사람은 가족 안에서 태어나 생활하고 떠난다.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끼리는 가족이 될 수 있다”라며 “가족 이야기를 자주 쓰는 이유는 내가 가족적인 사람이라 그런다. 가족에게 잘한다는 게 아니라 모든 사고를 가족 중심으로 한다. SNS에도 가족 이야기가 많다. 얼마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더 가깝게 다가왔다. 앞으로도 가족에 대한 영화를 만들지 않을까 싶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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