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 박찬욱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거절했던 패기 넘친 이 신인 여배우

영화 ‘아가씨’ 비하인드 스토리 3부

최재필 기자 승인 2025.01.16 09:36 의견 0

1.영화에서 가장 폭력적(?)이었다는 문소리와 조은형의 얼굴을 뭉개는 장면

영화 '아가씨' 스틸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코우즈키(조진웅)가 자신의 아내(문소리) 어린 히데코(조은형)의 얼굴에 손을 뭉개는 장면. 원래는 코우즈키가 두 사람을 때리는 장면이었는데, 박찬욱 감독은 조진웅의 손이 큰 것을 보고 손을 짓누르는 게 더 모욕적인 거라고 생각해 그 장면을 주문했다.

조진웅은 그 장면이 두 배우에게 잔혹하다며 거부했지만, 문소리와 조은형이 괜찮다며 그 장면을 그대로 이어나갔다. 이 장면은 무려 세 테이크나 촬영했고, 극 중 귀족 출신인 문소리가 압박 속에서도 특유의 꿋꿋함과 도도함을 잃지 않으려고 다소 코믹해 보일 수 있는 표정을 지어냈다고 한다.

훗날 박찬욱 감독은 인터뷰에서 "내가 만든 영화에서 가장 잔인하고 폭력적인 장면이었다. 얼굴을 쥐고 흔드는 거뿐인 데도 당한 사람은 정말 기분 나쁠 장면일 것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장면이다"라며 이 장면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2.원래는 '아가씨' 오디션 심사위원 이었던 문소리

영화 '아가씨' 스틸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히데코 이모로 출연한 문소리는 사실 '아가씨' 오디션의 심사위원이었다. 원래 그녀는 과거 박찬욱 감독이 연출했던 단편 영화 '파란만장'에 출연하기로 했었는데, 당시 그녀가 임신을 한 상태여서 하차해야 했다.

이 때문에 박찬욱 감독은 문소리와 언젠가 다시 한번 작업을 하고 싶었는데, 마침 심사위원으로 온 문소리가 극 중 히데코 이모 역할에 관심을 보이면서 출연이 극적으로 성사되었다.


3.웃겨서 촬영하기 힘들었다는 하정우의 복숭아 먹방

영화 '아가씨' 스틸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하정우가 "이제 다 익었다"라며 김태리를 향해 복숭아를 먹는 장면. 하정우 특유의 먹방 연기에 엄청난 과즙이 튄 이 장면은 초반 테이크에서 과즙이 제대로 터지지 않아 하정우가 다음 장면에서 여러 번 복숭아를 주물러 만든 장면이었다.


그런데 실제 촬영장에서 이 장면이 너무 웃겨서 스태프와 배우들 모두가 '빵'터져 NG가 지속되었다. 무엇보다 이 장면을 바로 앞에서 지켜본 김태리가 웃음을 참느라 혼났는데, 이를 본 스태프가 "저 연기 더럽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말해주면서 감정이 잡혀 진지하게 연기를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참고로 하정우는 촬영장의 분위기 메이커로 스태프와 배우들에 별명을 붙여주며 놀았다고 한다. 김민희에게는 '미니미니'를 김태리에게는 '태리야끼'라는 별명을 지어줬다.


4.네 배우, 네 명의 캐릭터가 유일하게 한 공간서 만난 날

영화 '아가씨' 스틸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히데코, 숙희, 코우즈키 그리고 손님으로 초대된 백작이 함께 모인 식당 장면. 히데코의 아름다운 복장에 백작이 "탁월하게 아름다우십니다!"라고 감탄하는 이 장면은 네 주연배우가 유일하게 함께 출연한 장면이다.

주요 출연진이 함께 모인 이날 촬영이 끝나자마자 부산국제영화제 홍보용 사진 촬영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영화를 대표하는 이 사진은 이날 촬영되었다.


5.정신병원 앞에서 히데코의 일본어를 사투리 자막으로 표기한 이유는?

영화 '아가씨' 스틸사진 - CJ 엔터테인먼트


히데코가 숙희를 정신병원에 넣는 장면에서 히데코가 자신을 하녀로 속이기 위해 "불쌍한 우리 아가씨 완전 돌아버리셨슈"라고 한글 자막이 등장한다.

그녀의 일본어를 사투리 형식의 한글 자막으로 표기한 이유는 실제 히데코가 한 일본어가 일본의 지방 사투리였기 때문이다. 히데코가 하녀로 보이기 위해 일부러 하층민의 언어를 썼음을 보여주기 위함이다.


6.'숙희'역 김태리 캐스팅 비하인드

신인시절의 김태리 (온라인 커뮤니티)


사실상 신인이었던 숙희역의 김태리 캐스팅은 영화보다 극적인 비하인드 스토리가 담겨있다. '아가씨'는 배우 오디션 때부터 화제였다. 세계적 거장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란 점과 파격 노출신 연기를 해야 한다는 조건 때문에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그 때문에 1차 오디션에만 1,400여 명이 넘는 지원자가 참여했다.

이후 2차에서 10명을 그리고 최종 3차에는 한 자리 숫자의 합격자들을 선발해 최종 오디션을 진행했으나, 심사위원들 각자의 의견이 일치하지 못해 합격자가 없는 상태에서 오디션이 마무리되는 초유의 사태를 불러오게 된다.

결국, 제작진은 숙희역의 배우를 찾기 위해 전국의 모든 기획사, 연기 관련 단체를 수소문해 새 얼굴 찾기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알아본 배우들만 100명이 넘었다. 이때 프로듀서로 참여 중인 용필름 소속의 윤석찬 PD가 연예 기획사 채움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준 프로필 사진에 김태리를 발견하고 그녀가 박찬욱 감독이 원하는 배우임을 직감하게 된다.

처음 김태리는 윤PD의 제안에 부담감을 느끼며 출연을 거절하자, 윤PD는 출연 설득 대신 티타임 미팅을 제안한다. 2014년 11월 15일 용필름 사무실에서 윤PD와 김태리의 만남이 이어졌고, 윤PD의 적극적인 설득 끝에 김태리는 오디션을 보기로 한다. 당시 그녀의 연기 경력은 단편영화 1편, CF 2편, 연극동아리 활동이 전부였다. 연기 경력이 적은 신예였으나,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얼굴이란 점에서 제작진과 박찬욱이 원한 자격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11월 29일 김태리는 두 번의 카메라 오디션을 조감독이 보는 자리에서 진행되었다. 첫 번째는 '박쥐'의 김옥빈이 펼친 연기였으며, 두 번째는 '아가씨'의 대사 연기였다. 촬영된 영상은 박찬욱 감독에게 전달되었고, 영상을 확인한 박찬욱 감독은 용필름과 김태리 측에 "가능한 빨리 보자"라는 답신을 남긴다.

12월 1일 용필름 대표, 박찬욱 감독, 김태리의 미팅이 이뤄지게 된다. 1,400명의 지원자와 100명이 넘는 기획사 신인 배우들을 탈락시킨 박찬욱 감독은 불과 5~10분 만에 김태리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곧바로 캐스팅을 결정한다. 박찬욱 감독은 훗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태리의 꾸밈없고 순수한 외모에 될 대로 되라는 식의 건방지지 않고 할 말은 하는 똑 부러진 성격이 머릿속에 생각한 숙희의 모습 그 자체였다."라며 김태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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