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녀들'을 통해 오래간만에 영화로 복귀하며 항상 믿고 보는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 전여빈을 만나 영화에 출연한 소감과 비하인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하얼빈'에 이어 몇개월 사이에 신작 영화를 내놓은 소감은?
두 작품 모두 감사한 마음으로 한 작품이다. 한 선배님이 요즘 영화계의 상황이 좋지 않은데 두 편의 영화를 연이어 해서 참 좋았다고 말해 실질적으로 다가왔다. 1,2년 전 촬영한 영화이니 그걸 되돌릴 수 없지만 관객들을 향해 뚜벅뚜벅 나가고 있는 중이다. 연이어 공개되어서 좋았다.
-넷플릭스 '글리치' 인터뷰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양조위 배우님에 대해 이야기 하신 모습이 떠올랐다. 그때 모습이 너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설레듯이 말씀하신 모습을 보고 배우를 떠나서 성공한 덕후,팬같았다. (함께 웃음) 이번에 송혜교 배우와 함게한 소감과 존경하는 선배들을 작품으로 만나는 소감은?
정말 웬만하면 혜교 선배님의 작품들은 다 보고 자랐던 것 같다. 내 인생 드라마 중 하나가 '그들이 사는 세상'이다. 내가 일상에서도 언급한 정도로 너무 아끼는 드라마이다. 선배님의 작품을 보면서 나도 배우라는 꿈을 키우며 성장했던 것 같다. 이번 작품은 유니아와 키마엘라 수녀의 관계를 흥미롭게 그린 작품이다. 처음 미카엘라는 유니아의 방식에 대해 반발심을 갖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를 도우면서 비로소 마음의 자유를 얻게 된다. 유니아는 실제로 사람들 아우르는 인간 송혜교와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현장에서 말이 많이 없고 수다스럽지 않다는 점이다.(웃음) 대신에 언니가 큰 나무처럼 계속 서 있어주다 보니 어느새 의지가 많이 되었고 덕분에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었다. 송혜교의 존재감이 있었기에 이 영화가 잘 완성될 수 있었다고 본다.
-송혜교 배우님은 배우님이 계속 일상에서 시적인 화법을 쓴게 부러웠다고 한다. 그래서 반성했고 본인도 그 화법을 쓰고 싶었다고 한다.
(웃음) 나는 오히려 언니가 툭툭 내뱉는 위트 있는 말들이 부러웠다. 반대로 나는 혜교 언니의 말하는 방식을 배우고 싶었다. 나는 나만의 방식으로 조금 오글거리지만 내 진심을 표현해는데, 고맙게도 언니가 고마운 마음의 문자로 답변을 해줘서 참 감사했다. 언니는 정말 세심한 사람이다.
-평소에도 느낀거지만 배우님은 정말 말씀을 시적으로 잘하시는것 같다. 그래서 배우님 독서량이 어느 정도신지 궁금하다.
나는 오히려 책 사는 걸 좋아한다. 지금도 안 읽고 싸이는 책들이 산적해 있다.(웃음) 좋은 소비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반성을 하고 있다. 배우를 꿈꾸고 배우 생활을 하게 되면서 정말 순수한 마음으로 연기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데 막상 배우가 되는 과정에는 많은 노력이 들어가게 된다. 요즘 내가 하는 생각은 작품과 제작진의 목소리를 내주는 것이 배우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공식 석상에서 말 한마디 말 한마디를 잘 하려고 한다.
-이제 작품이야기를 하겠다. 영화 초반부에 배우님이 연기하는 미카엘라가 탕후루와 아이스크림을 자주 먹는 장면이 등장하는데, 그 모습이 배우님 특유의 귀여움을 불러와 분위기를 잠시나마 환기 시켜준다.(함께 웃음) 먹는 연기의 남다른 디테일과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면?
영화 중반부에 몽타주처럼 나오는 장면이 나온다. 어린 시절의 미카엘라가 영적으로 힘들어 뭔가를 게걸스럽게 먹는 장면이 나온다. 영을 느낄 때 해소하는 장면이자, 단것을 마구 먹는 행위로 보이게 된다. 편집된 장면중에는 내가 초코바를 마구잡이로 입에 넣는 장면이 있었다. 어른이 된 미카엘라는 주변의 상황을 의식한 사람이 되었으니, 영적인 두려움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정제된 행위로 그려지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녀가 배스킨라빈스 파인트 아이스크림을 먹을때와 탕후루를 먹을때도 그런 이상한 기운을 느낀것이다. 다행히 탕후루 장면에서 미카엘라의 상태를 잘 보여줘서 좋았다.
-'검은 사제들'의 스핀오프에 출연했을때의 소감은?
장재현 감독님의 작품을 참 좋아한 관객 중 한 명이었다. 제안이 왔을 때 어떤 작품일까 궁금했다. 뿌리는 다르지만 완전히 다른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사제들'이 오컬트에 가깝다면 '검은 수녀들'은 두 사람의 연대에 초점을 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오컬트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점에서 본다면 기꺼이 참여하고 싶었다.
-후반부 하이라이트인 구마의식 촬영 장면 소감은? 라틴어 연기를 해야해서 고충은 없었는지?
문제의 구마 의식 촬영이 끝나고 숙소에서 자려고 했는데, 뭔가 나를 자꾸 쳐다보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기분이 불쾌했는데, 나중에 뒤척이다가 화가 나서 불을 켰는데 알고 보니 거울이 있었다. 결국 나를 쳐다보고 뒤척인 게 나였던 것이다. 그 정도로 영화 촬영에 너무 집중했던 것 같다. (웃음) 미카엘라는 구마를 이정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급하게 라틴어를 배웠을 것라고 생각했다. 유창하지 못하지만 이 사람의 진심을 느낄 수 있는 게 바로 기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툭치면 바로 나올 수 있도록 대사를 외웠고, 랩처럼 하자고 해서 편안하게 외우게 되었다.(웃음)
-인간적인 수녀들이 나오다 보니 두 수녀들이 욕설을 내뱉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등장한다. 이같은 설정은 어떻게 보셨는지? 이 부분에 포인트를 둔게 있다면?
수녀 입장으로 이 장면을 해석한다면 남다른 개성이 강한 수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적인 표현이지 수녀분들을 대변하는 연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욕설을 내뱉는 순간에도 이유 없이 하는 게 아니라 무언가를 지키려는 간절함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그래서 큰 부담감은 없었다.
-최근 작품인 '하얼빈'과 연계해서 드리는 질문. 극중 공부인도 그렇고 이번 작품속 미카엘라는 각각 안중근과 유니아라는 인물을 돕고 그들을 통해 뭔가를 배우고 성장하는 인물이다. 아마도 지금 성장중인 배우님의 행보와 잘 어울리는 캐릭터들이라고 본다. 배우고 성장하는 캐릭터들을 연이어 만나면서 배우님도 본인의 성장을 느끼시는지 궁금하다.
'하얼빈'의 독립투사 분들은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숭고한 정신과 마음을 지니고 있지만, 한편으로 나도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나도 그런 대범한 용기를 낼수 있을지 나 스스로에게도 묻는다. 이번 작품에서 내가 '유니아라면 나는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나는 스스로 용기를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두려운 순간이 오더라도 용기를 내서 무언가를 해내고 싶은 마음 자세가 있다. 나라는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서 내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어쨌든 살아있는 사람은 유한하기 때문에 흐르는 사람이 되고 싶다.
-배우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는게 조금 죄송하다. 다소 바보같은 질문이다. 사실 요즘 처럼 영화가 위기인 시기에 두 편의 영화를 내놓으셨다. 어쩌면 플랫폼의 대세를 따라야 하는게 시류인데, 골고루 영화, 드라마 작품에 출연하시면서 지속 차기작을 내놓으시는 배경이 궁금하다.
좋은 작품을 내보이고 싶은 게 배우의 근원적인 생각이다. 내가 욕심 생각이어서 그런지 영화나 드라마든 기회가 닿는 한 무리하지 않게 차곡차곡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 그런 마음으로 작품에 임하고 있다. 처음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을 느낀 것은 가족들과 함께 본 드라마였고, 이후 대하드라마 '태조 왕건'과 토요명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이 세계에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결국 극장에도 가게 되었다. 지금 내가 배우로 일하는 사람으로서 이제는 좋은 작품을 내놓고 다양한 인물로 변모하는 데에 더 충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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