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죽었다>의 제작발표회가 용산 CGV에서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이정림 감독, 전소니, 이유미, 장승조, 이무생이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당신이 죽였다>는 비슷한 트라우마를 가진 두 여자가 죽거나 죽이지 않으면 벗어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살인을 결심한 후 예상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나오미와 가나코>(2015)가 원작이다. 완전 범죄를 꿈꾸는 두 여성의 연대와 구원 서사가 속도감 있게 펼쳐진 소설은 2016년 일본에서 한차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폭력에 맞선 두 여성의 구원서사
10년 만에 한국 시리즈로 탄생한 <당신이 죽었다>는 드라마 <악귀>, <VIP>를 연출한 이정림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정림 감독은 첫 넷플릭스와 협업의 만족감을 전하며 원작의 오랜 팬임을 밝혔다.
“소설이 출간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재미있게 읽었다. 함께 분노하고 슬퍼했고, 두 여성의 연대가 궁금해졌다. 앞으로 나아가려는 모습에 여러 감정이 들었다. 영상화 소식이 들렸는데 나에게도 기회가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연출 계기를 밝혔다.
원작은 두 여성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한국 제목은 의뭉스럽다. 제목의 해석을 묻는 질문에 이정림 감독은 “주인공의 이름이자 삶을 뜻하는 원제를 좋아한다. 그래서 한국 제목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는 ‘당신이 죽였다’로 정했다. 당신을 죽인 자, 방관한 자, 지켜보는 우리 모두 등으로 중의적 해석이 가능하다. 8부까지 따라가다 보면 제목의 의미를 파악하게 될 것이다”라고 답해 기대감을 높였다.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작품은 폭력 묘사의 수위가 높다. 두 주인공의 공조 살인이란 극적 개연성을 위해 세심한 전개가 필요하다.
이정림 감독은 “초반부터 폭력적인 장면 연출에 지침이 있었다. 텍스트보다 이미지가 자극적임을 염두에 두었다. 신체와 신체가 닿는 순간은 거의 없다. 장면의 전후 상황을 보여주고 처참한 분위기를 보여주려 했다. 스스로도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례집을 찾아봤다. 생존자의 트라우마를 건드리지 않고 표현하기 위해 공들였다”라며 연출 주안점을 밝혔다.
이어 “중심 소재가 가정 폭력이라 불편하고 힘들겠지만 두 친구에게 이입한다면 충분히 공감할 것이라고 믿었다. 원작 구성과 동일하게 한 회차 동안 각자의 삶을 시간순으로 보여주었다. (이 구성에)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은수의 서사를 쭉 본다면 응원하게 될 거라 봤다. 제 친구가 힘든 일이 있을 때 했던 말을 참고했다.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관계가 있다’라는 말에 공감하며 극 중 표현 장치로 둘 수밖에 없어 구성에 신경 썼다”고 덧붙였다.
1인 2역 캐스팅 비화
전소니, 이유미, 장승조, 이무생의 캐스팅 일화도 전했다. 이정림 감독은 “완벽하게 녹아들어 간 캐스팅이었다.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설득력 있게 그려낼 수 있었다. 인물의 관계성이 공간에도 들어가 있어 미술에 공들였다. 1,2화는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는 부분이 많은데 인물의 심리와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데 주력했다. 프라이머리 음악 감독에게 전적으로 의존했다”라고 전했다.
캐릭터 설명이 이어졌다. 조은수를 맡은 전소니는 “백화점 VIP 점원으로 친구를 위해 남편을 죽이자고 계획하는 인물이다”라고 소개하며 “두 친구의 선택을 존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 했다. 누구를 위해 결단력을 가질까 고민 했다. 은수도 본인 트라우마를 치유하지 못한 시간을 극복하지 못했지만 자신과 닮은 희수를 보고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고 말했다. 희수는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하며 도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희수를 맡은 이유미는 “촉망받는 동화작가였지만 남편을 만나, 카메라 앞의 희수를 진짜 사람처럼 보이도록 하는게 첫 번째 목표였다. 희수의 감정에 들어가려고 했다. 심적으로 연약해져 있지만 약함과 강함이 은수를 만나 어떻게 표현될까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은수와 희수를 지켜보는 비밀스러운 인물 진소백을 연기한 이무생은 “남들은 모르는 어두운 과거를 지닌 인물로 장강을 1등 사원으로 모시는 대표다. 백화점에서 우연히 은수를 만나, 희수까지 엮이게 된다. 둘 사이의 심상치 않은 일을 지켜보는 인물이다”라고 답했다. 비주얼적 변화도 돋보인다 “감독님과 상의해 헤어스타일을 정했다. 어두운 과거에 갇혔기 때문에 순간 떠오르는 심연의 두려움을 강조하게 되었다. 은수와 희수를 만나며 자신의 트라우마에서 한발 멀어지는 과정, 둘의 인생 선배로서 함께 일하며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감을 표현하고자 했다”라고 답했다.
장승조는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가정폭력을 저지르는 남편 ‘진표’와 순수한 청년인 ‘장강’을 대조적으로 연기했다.
1인 2역 설정에 대해 이정림 감독은 “두 가지 얼굴이 보였다. 나쁜 역을 연기할 때는 타인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고 흘겨보는 습관이 있더라. 평소에는 가정적인 모습이 장강과 일치했다. 은수가 악독한 진표를 만난 후 순박한 장강을 만나는데 놀랄만한 캐릭터다”라며 답했다.
이에 장승조는 “실제 대본을 읽으며 스마트 워치를 봤는데 스트레스 지수가 100에 가까웠다. 평균 90이 넘을 정도로 극도에 달했다. 대본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이 둘을 꺼내주고 싶었다”며 “폭력성을 표현하기 위한 부담감보다 긴장감 설정에 필요한 인물이라 신경 써 연기했다” 대본에 충싱했다고 답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된 넷플릭스 시리즈 <당신이 죽였다>는 영화제 GV를 통해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두 여성의 연대와 우정을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애마>, <은중과 상연>과 어떠한 차별점을 둘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