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민 드라마 주연해서 좋았는데…이정재를 이렇게 쓰는건 아니잖아

[OTT 리뷰] 디즈니+ '애콜라이트' 후기

최재필 기자 승인 2024.08.11 01:05 의견 0
디즈니+ '애콜라이트' 스틸

디즈니+가 서비스된 이후 '스타워즈'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여러 개의 시리즈물들이 제작되었다. 대부분 우리가 알던 극장판 에피소드 시리즈 세계관 이전, 그 중간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스핀오프 형태의 이야기들이었다. '애콜라이트'는 우리가 알고 있는 '스타워즈: 보이지 않는 위험'으로부터 무려 100년 전의 이야기로 그동안 실사화된 '스타워즈' 작품중 가장 오래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100년 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에게 익숙한 제다이 기사단과 공화국은 그대로 존재하고, 영원한 적이자 어둠의 집단인 시스의 근원이 언급돼 눈길을 모았다. 무엇보다 이전에 제작된 시기와 한참 달라진 시대상을 반영해 여성 캐릭터, 동양인으로 대변되는 다인종, 다른 외계 종족을 주축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참신함을 느끼게 한다.

디즈니+ '애콜라이트' 스틸

여기에 '스타워즈' 특유의 모험적 요소에 이전에 보지 못한 미스터리 스릴러의 정서까지 더한 대목 역시 인상적이었다. 제다이 마스터 연쇄 살인 사건을 조사하고 그와 관련한 추악한 진실을 마주하고 드라마가 형성되는 과정이 대표적이다. 이정재의 솔이 그 부분의 주축이 되어 이야기를 잘 이끌었으며, 역대 '스타워즈' 시리즈 사상 최고의 액션신으로 대표되는 광선검 액션을 선보여 '스타워즈'팬들로 부터 찬사를 받은 대목은 분명 쾌거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감정 연기 역시 빼놓을수 없는데, 우려되었던 영어 연기도 잘 소화해 다음 미국 작품 출연도 기대해 봐도 좋을것 같다.

전자에서 언급한 이번 작품의 광선검 액션이 계속 화두가 되고 있다. 과거 '모래시계'에서 멋진 검도 액션을 선보였던 이력을 생각해 본다면 이정재의 검술 액션의 동선과 움직임이 매우 역동적이었으며, 메인 악역인 낯선 자를 연기한 필리핀계 캐나다 배우 매니 자신토의 쌍검 액션의 동작과 움직임 또한 너무 좋아서 찬사를 받을만 했다. 특히 광선검인 라이트 세이버를 자유자재로 활용하고 이를 포스로 막는 두 배우의 액션신은 너무 멋있어서 이를 능가할 액션신이 더 나올 수 있을까 생각될 정도였다.

디즈니+ '애콜라이트' 포스터

전체적으로 우려했던 다인종 배우 캐스팅과 이들의 활약이 매우 좋은 편이었지만, '애콜라이트'의 문제는 부실한 각본에 있었다. 미스터리적 요소가 후반에 진행되면서 제다이와 시스의 격돌이라는 예정된 장치 때문에 약해지는건 어쩔수 없었다. 이 부분까지는 이해가 가지만, 핵심 이야기이자 진실의 키를 쥔 오샤와 메이 자매(배우 아만들라 스텐버그가 1인 2역 연기)의 관계를 너무 깊이 있게 다루면서 단점이 보이기 시작한다.

두 자매가 좋은 관계와 갈등을 오가는 과정이 산만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선의 집단인 제다이를 지나칠 정도로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악의 집단 시스의 인간적 요소를 강조한 대목이 혼란스럽게 다가온다. '스타워즈'의 기존 공식을 뒤집는 대목이자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시즌제 특성상 무언가 숨겨진 장치가 있을거라 생각되지만, 시즌1 전체 이야기상 이 구도를 유지한 부분이 문제였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인물에 감정에 이입하며 관람해야 하는데, 제다이는 사건을 은폐하려는 나쁜 집단이고, 피해를 입은 쌍둥이에 인간적으로 다가가는 시스가 더 좋게 묘사되니 혼란스럽기 마찬가지다. 기존 '스타워즈' 세계관의 대립과 구조를 안다면 이 부분은 잘 고민하고 다뤘어야 한다.

디즈니+ '애콜라이트' 스틸

특히나 이야기의 핵심상 진짜 주인공인 오샤, 메이 자매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오샤와 메이는 어린시절 이후 성인이 되어 만났는데, 이들이 문제의 화재 사건 때문에 관계가 소원해 지다가 그럼에도 그리워 한 대목은 개연성이 낮아 보인다. 특히 사건의 장본인으로 묘사된 이정재의 솔이 후반들어 부정적으로 그려져 두 쌍둥이의 적처럼 묘사되는 대목은 흐름상 이해가 가지 않는다. 솔은 두 캐릭터를 어떻게든 구하고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보여졌는데, 단지 진실을 숨기고 실수를 했다는 이유만으로 두 쌍둥이에게 부정적 인물로 부각된다. 제다이와 시스의 관계를 뒤집는 반전의 당위성을 높이려 했지만 그러기에는 기존 각본의 부실함이 너무 컸다. 결국 이정재의 솔의 출연은 두 쌍둥이의 드라마를 강조하기 위한 대목에 불과하며, 이 때문에 제다이의 이미지만 나빠지는 우를 범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이야기 배경 설정, 구도, 액션, 캐릭터의 활용은 칭찬할 대목이었지만, 주인공의 아쉬운 묘사와 이를 당위성 있게 표현하지 못한 아만들라 스텐버그의 연기, 연출진의 연출문제, 각본의 부실함이 아쉽게 다가온다. 그럼에도 다음 시즌에서 놀라운 인물들이 나올거라는 떡밥을 보여줘(요다, 그리고 '스타워즈'의 메인 악역 다스 시디어스의 스승 다스 플레이거스) '애콜라이트'가 '스타워즈' 시리즈의 매우 중요한 시리즈임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시즌2가 제작된다면 이 아쉬운 대목을 잘 덮을 수 있기를 기원한다.

<애콜라이트> 최종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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