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이 직접 전한 해외 현지의 '오징어 게임' 상상초월 인기 수준

(인터뷰)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의 이병헌 배우를 만나다

장혜령 기자 승인 2025.01.19 17:51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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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은 공개와 동시에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한국의 콘텐츠를 널리 알리는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약 3년 만에 공개된 시즌2는 우승으로 456억 원의 상금을 받은 ‘기훈(이정재)’이 복수를 다짐하고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이야기다.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과 치열한 대결,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다룬다.

시즌1에서 비밀에 싸여 있던 프론트맨은 준호가 애타게 찾던 인호로 밝혀졌다. 마지막 장면에서 준호는 인호가 쏜 총에 맞아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이후 시즌2에서 프론트맨은 직접 오영일(001)로 분해 게임 속으로 들어가 다양한 정체성을 선보인다.

복잡한 내면을 가진 프론트맨을 연기한 이병헌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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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과 프론트맨은 우승 경험자다. 시즌1에서는 특별출연의 개념이었지만 시즌2에서는 기훈과 반대편에 선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시즌2에도 합류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

시즌2가 제작된다는 뉴스를 듣고 감독님께 물어보니 ‘머릿속에 하나도 없는데 결정만 했다’ 더라. 당연히 과거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황인호가 그동안 겪었던 어려움, 게임 참여 이유, 최종 우승까지 가게 되는 과정일 줄 알았다. 몇 개월 후 대본을 받아 봤는데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계획 없다더니.. (웃음) 긴 분량의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그것도 현재 진행형으로 만들어 냈고 재미도 상당했다. 이전 서사와 연결되는 부분까지 디테일했다.

-이야기의 흐름상 한 이야기를 둘로 나눈 전개에 불만이 많다. 호불호 반응의 생각은 어떤가.

저도 시즌3 편집된 것도 못 봤다. 기승전결로 흘러가면 드라마 부분이든 재미 부분이든, 극적으로 치달았을 거 같다. 한 번에 다 보여주지.. 싶겠지만 나름의 이유가 있을 거다. 혹시라도 스핀오프를 생각한다면 제가 하루라도 젊었을 때 빨리 찍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특별판으로 두 편 정도만 나오는 것도 방법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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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맨, 오영일, 황인호의 세 캐릭터의 복합성을 분석하기 쉽지 않았을 거 같다.

스스로 상황이나 캐릭터가 이해되지 않고 설득력이 없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성격이다.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억지로 연기하면 시청자도 단번에 알아본다.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감독님과 수많은 대화를 해가면서 장면마다 영일, 인호, 프론트맨의 설정을 퍼센티지로 나누어서 설정했다.

평범한 참가자의 기본 베이스 말투에서 인호의 본체가 살짝 나온다. 와이프가 임신 상태였는데 다 잃었다는 과거 이야기를 할 땐, 준희를 보면서 좀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거다. 타노스가 덤벼들 때도 인호의 모습으로 변한다. 자기 경험과 맞닿은 사람들을 볼 때면 그렇다.

-시즌1에서는 인호가 게임을 지켜보기만 하다가 영일로 직접 뛰어들게 된 계기, 기훈에게 계속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이라 분석했나.

기훈을 보면서 자신을 투영한 거다. 나락으로 떨어진 밑바닥 인생이었고 희망 없이 오징어 게임을 선택해 무자비한 죽음을 겪었던 경험이 맞닿아 있다는 느낌이다. 인간의 배신과 관계를 경험하고 우승자가 된 것을 똑같이 겪은 사람이라. 자신을 비추어 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참가자들에게 게임 조언을 하고, 선동하면서 막으려고 몸부림치는 적극적인 기훈을 보며 ‘당신 생각과 신념이 잘못되었다는 걸 보여줄게, 세상과 인간을 그렇지 않아’ 하면서 참여했다고 생각했다.

프론트맨은 기훈에게 접근하면서 모든 행동을 막고 신념을 바꾸는 게 목적이다. 키포인트 장면은 반란 직전에 ‘대를 위해서 소를 희생하자는 거냐’라고 물으면. 기훈이 부정하지 못하는 거다. 그 말에 동의한다. 반란 자체가 놀랍지도 않고 별고 아닌 해프닝인 건데, 무너져가는 신념을 직접 바라보며 미묘한 웃음을 혼자 짓는 게 포인트다. 프론트맨으로서는 사무 업무 보듯 무미건조한 일상이다. 이미 인간과 세상에 환멸을 경험하고, 희망도 미래도 없어진 거다. 바깥세상에 나갈 수 없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나갈 수 없어서 여기 있는 거지 여기 있고 싶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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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을 저지하려는 목표가 흔들림 없는 건가. 상대방의 신념에 감화되는 부분은 전혀 없는건지, 오영일과 오일남의 생각이 일치했던 건가.

“한 현상을 바라보는 모두의 감정도 다르듯이 각자 삶의 경험과 방식이 달랐을 거다. 지옥과도 같은 시간을 겪고 반대의 길을 가는 사람도 있다. 인호도 감정 동요는 조금씩 있겠지만 커다란 목표는 이미 정해진 상태다. 결과적으로 기훈의 신념에 동의한다거나, 큰 변화는 없을 거다. 오영일과 오일남은 프론트맨으로 함께 했겠지만. 그 외의 인간적인 측면이나 세밀한 생각은 많이 달랐을 거다 ”

-시즌2에서는 동생 준호와 서사가 길지 않아 아쉽다는 의견도 있다.

인호는 부모도 다르지, 신장도 나눠줬지 등등 이런저런 우여곡절이 있다. 동생이 가까이 오면 너도 위험해진다는 마음이 큰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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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연기 경력을 인정받았고 후배들로부터 닮고 싶은 선배 연기자로도 꼽힌다. 대중은 현장에의 즉흥적이고 본능적인 연기 같았으나, 대본을 해석하고 캐릭터를 분석하는 연구에 오랜 공을 들이는 것 같다.

연기를 오래 하다 보면 ‘얼마나 좋겠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어렸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지만 지금은 관성적으로 잘 나오지 않냐며 생각한다. 절대 그렇지 않다. (웃음) 고민했던 시간으로 따지면 양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민의 종류가 달라졌을 뿐이다. 인생을 살아오고 많은 작품을 해오면서 관객이 어디까지 본다는 걸 잘 알게 된다. 스스로도 감정의 레이어를 단순하게 표현하지 못해서 허투루 할 수 없는 거다.

이 장면에서 단순히 웃지만 바로 전 신의 감정까지 떠올라 복잡하고 힘들어진다. 동시에 다양한 캐릭터를 교묘히 오가는 다중인격을 보여 줄 수 있는 게 배우로서 즐거움이다. 연기가 잘 표현했을 때의 쾌감이 있다. ‘잘했다’, ‘다행이다’, ‘보람된다’ 감정 등이다. 참가자들의 사연에서 자기 경험이 드러나는 건데, 자기 스토리랍시고 기훈에게 과거를 털어놓을 때도 비슷하다. 와이프와 아이는 예전에 죽었는데 병원에 있는 것처럼 말한 거 말고는 다 인호의 진짜 과거사다. 그 부분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황인호로서 말한 부분이다.

-이번 시즌 이후 여러 배우가 프론트맨을 연기해 보고 싶다고 고백했다. 감독의 디렉팅과 배우 해석의 차이점이 있었나.

세 캐릭터로서 장면마다 디테일한 변화를 주게 되었다. 늘 감독님과 상의하면서 만들어 갔다. 기훈 앞에서 인호의 감정, 살인할 때나 게임에 졌을 때, 이런저런 얼굴이 번갈아 가면서 비치길 바랐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단순하게 받아들이셨을지 모르겠지만. 특히 둥글게 둥글게 게임을 할 때 촬영 전부터 긴장했던 만큼. 세 인물의 눈빛이 번갈아 나오도록 미묘한 변화를 줬다.

예를 들면 5인 6각 게임 속 팀과 시간을 보내고 긴장하고 환호하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있었다. 저는 살짝 과하다고 생각했다. (웃음) 밑바닥 인생을 살아왔고 많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본성을 경험한 사람이 희로애락을 표현해도 되는지, 모든 감정이 메말라 버린 사람이지 않냐며 의견을 냈다.

감독님은 ‘조금만 더 감정을 보여주면 안 되겠나, 인호도 순간을 즐기고 있지 않겠냐‘라고 해서 몇 번 더 연기했다. (웃음) 이런저런 소스를 주기 위해 여러 버전을 찍기는 했다. (웃음) 고집을 피울 때도 있지만 전체를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무조건 따라야 한다. 배우 혼자서는 그 안에 갇혀 연구할 뿐이라서 디렉팅은 당연히 잘 들어야 한다.

오엑스 투표하러 마지막으로 걸어갈 때가 첫 촬영인 거 같다. 세팅도 오래 하고 감독님이 힘주는 게 느껴졌다. 처음에는 살짝 미소를 보여 달라는 주문을 했는데 약간씩 미소를 더 짓다가 결정된 게 지금의 장면이다. 더 재미있게 만들려는 의도를 아니까 어쩔 수 없다. (웃음) 제가 준비한 건 무거운 인물이었다. 게임으로 많은 것을 느껴 굳이 죽고 사는 데 관여하지 않는 빈 그릇 같은 사람이다. 밖을 거부하는 사람이라 무감각하고 무거운 표정 위주였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랬더니 감정 표현, 표정을 더 보여줄 게 없어 보였다.

-다양한 인간 군상이 나온다. 각자 제각각인 연기톤을 선보였다. 주, 주연 배우가 함께 연기를 펼치며 앙상블을 이룬다. 그중 가장 눈여겨 본 후배나 캐릭터가 있나.

일단 너무 많아서 정신이 없었다. (웃음) 기훈과 정배의 대사 앙상블, 말맛이 대본보다 더 살아난 거 같다. 둘을 보는 그냥 장면이 좋았다. 연기란 작가의 의도와 표정, 감정이 대사에 표현되어야 한다. 그래서 늘 표현이 격해지지 않았나, 거부감은 없나, 자연스럽고 설득력 있게 연기하자는 마음이었다.

시즌 중 그 연기톤이 궁금했던 배우는 양동근이다. 대사법이나 캐릭터에게 다가가는 과정이 남들과 다를 것 같았다. 그게 그 사람의 무기다. 예상치 못한 호흡과 대사법이 이상하면서도 재미있고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20년 만의 박찬욱 감독과 영화'어쩔 수가 없다'로 재회했다. 촬영은 어느 정도 진행되고 있고, 앞서 말한 무거운 캐릭터가 담긴 영화인가?

90% 정도 촬영했고 여전히 만들고 있다. 저도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이 작품만큼 빨리 보고 싶은 작품은 없었다. (앞서 ‘오징어 게임’ 시즌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시치미 뚝 떼고 말해서 웃음이 터졌다) 블랙 코미디 성격이 강한 작품이다. 주인공이 안쓰럽고 서글프다는 감정이 들면서도 웃긴 요소가 많아 너무 기대된다

-할리우드 진출 1세대로서 업계의 시선과 대우가 극명히 달라졌음을 몸소 느꼈겠다.

'지.아이.조: 전쟁의 서막'(2009) 촬영 때만 해도 ‘이제는 온 세상 사람들이 알아볼텐데 어쩌지?’라면서 행복한 고민을 했다. 그런데 아무도 모르고 다음 작품을 몇 개 해도 아무도 모르더라. 그랬는데 '오징어 게임'으로 공개 전에 해외 프로모션을 하게 되었다. 팬 이벤트가 있었는데 환대 받는 일이 즐거웠다. 2,000명 이상이 초록색 운동복을 입고 있어 감개무량했다. 할리우드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일이었다. 한국말로 된 작품에 한국 감독, 배우, 스태프가 협업한 작품에 열광하는 걸 보면서 콘텐츠의 위상을 실감했다. '오징어 게임' 하나만 있었다면 안 될 일이었다. 영화, K-POP, 드라마 등등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인기의 시너지가 생겼던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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