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 현빈이 선역 정우성을 집어삼켰다…‘메이드 인 코리아2’의 씁쓸한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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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 2’ 리뷰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격동과 혼란이 소용돌이치던 1970년대 대한민국, 국가 권력의 암부와 자본의 탐욕이 뒤엉킨 거대한 판 위에서 펼쳐진 대서사극은 묵직한 마침표를 찍었다.
당초 이번 시리즈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충무로를 대표하는 두 거두, 현빈과 정우성의 정면충돌이었다. 부와 권력에 대한 야망에 사로잡혀 거침없이 질주하는 백기태(현빈 분)와 그를 집요하게 추적하며 법과 정의의 원칙을 세우려는 열혈 검사 장건영(정우성 분)의 숙명적 대립은 기획 단계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전 회차가 모두 공개된 지금,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강렬한 잔상은 전혀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발생했다. 바로 선역이 악역의 서사에 가려지고, 빌런 백기태가 정의의 사도 장건영을 스크린 밖으로 밀어낼 정도로 압도적인 장악력을 발휘했다는 ‘아이러니’다.
빌런의 매혹에 질식당한 선역, 서사의 균형이 무너지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의 전개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악역 백기태의 폭주였다. 시대의 균열을 파고들어 온갖 불법과 권모술수를 자행하는 백기태는 서사의 전면에 서서 사건을 주도했다. 반면 그를 단죄해야 할 장건영은 번번이 백기태가 놓아둔 덫에 걸리며 수동적인 리액션에 머물렀다.
공권력의 정의를 대변해야 하는 주인공이 거악의 치밀한 지략 앞에서 무력하게 휘둘리는 구조가 반복되자, 극의 긴장감은 팽팽한 호각세가 아닌 한쪽으로 쏠린 일방통행으로 변모했다. 정우성의 묵직한 아우라와 진정성 어린 열연에도 불구하고, 캐릭터가 지닌 태생적 평면성과 한계는 서사의 주도권을 현빈에게 완전히 내어주는 결과를 낳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시청자들은 응징당해야 마땅할 악당 백기태의 발걸음마다 더 큰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국가 폭력과 부조리가 난무하던 야만의 시대, 시스템의 허점을 가장 날카롭게 찌르고 판을 뒤흔드는 백기태의 냉혹한 에너지는 스크린을 찢고 나올 듯한 파괴력을 지녔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번민하는 선역보다, 시스템 자체를 농락하며 자신의 제국을 세워나가는 악역의 매력이 대중의 뇌리에 훨씬 더 깊고 입체적으로 각인된 셈이다.
슈트핏 액션과 차가운 눈빛… 현빈, ‘요원 전문’ 수식어의 정점을 찍다

이러한 전복적 재미의 중심에는 단연 현빈이라는 배우가 존재한다. 영화 ‘공조’ 시리즈에서 과묵하면서도 날렵한 북한 특수부대 출신 형사 림철령 역을 맡아 빼어난 첩보 액션을 각인시켰던 그는, 이번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를 통해 자신의 장기인 ‘요원 전문 연기’의 정점을 화려하게 찍어냈다.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며 정보와 권력을 다루는 백기태의 움직임은 흡사 고도로 훈련된 최정예 비밀 요원의 그것을 방불케 했다.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액션 동선, 완벽한 피지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유려한 슈트핏, 그리고 한 치의 흔들림도 허용하지 않는 서늘한 눈빛은 캐릭터의 비열함조차 우아하고 치명적인 ‘멋’으로 둔갑시켰다.
단순히 비주얼적인 장악력에 그치지 않았다. 백기태가 처절한 밑바닥에서 생존을 위해 야망의 화신으로 변모해 가는 내면의 결핍과 독기를 섬세한 감정선으로 직조해 냈다. 현빈은 멜로와 로맨틱 코미디의 왕자라는 안전한 타이틀을 벗어던지고, 피비린내 나는 현대사의 비극을 온몸으로 체화했다. 이번 작품은 현빈이라는 배우의 스펙트럼을 완전히 새롭게 확장한 ‘재평가의 무대’이자,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가장 서늘하고도 매혹적인 ‘인생작’으로 기록되기에 손색이 없다. 앞으로 그가 펼쳐 보일 연기 궤적에 대한 기대감을 드높인 결정적 전환점이다.
대중적 쾌감과 역사적 당위 사이의 딜레마

하지만 백기태의 압도적인 매력은 역설적으로 종영 이후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끝없이 질주하던 백기태의 파멸과 몰락을 다룬 결말부는 대중이 기대했던 극적 쾌감의 기준에는 다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악역의 거대한 질주에 매혹되었던 만큼, 그 결말 역시 상상을 뛰어넘는 파괴적인 엔딩을 바랐을지 모른다. 그러나 시리즈는 파격 대신 역사의 흐름과 보편적인 교훈을 선택했다.
이는 시대극이자 실존했던 역사의 공기를 담아낸 작품으로서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다. 1970년대의 어둠 속에서 자라난 기형적인 탐욕은 결국 거대한 시대의 파고와 권력의 판도 변화 앞에서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의 필연이기 때문이다. 법과 정의의 승리, 혹은 악인의 자멸이라는 공식은 다소 익숙하고 안전한 길이었지만, 역사의 교훈적 당위성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예상 가능하고 납득할 수 있는 수순이었다. 결국 결말의 카타르시스는 덜했을지언정, 서사의 연속성과 개연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무난하게 매듭을 지은 준수한 마무리를 보여주었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2’는 1970년대의 어두운 풍경을 탁월한 미장센으로 복원했고, 시대의 야망을 스릴러의 문법으로 흥미롭게 풀어냈다. 비록 주역 간의 대립 균형이 무너지며 악역의 멋과 매혹이 작품 전체를 집어삼키는 기이한 균열을 낳았고, 결말의 전개가 안전제일주의에 머물렀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압도한 현빈의 독보적인 열연과 역사적 당위성을 지켜낸 묵직한 만듦새는 이 시리즈를 충분히 가치 있는 작품으로 평가하게 만든다.
평점: ★★★☆ (3.5 / 5.0)
한줄평: 악역의 서늘한 멋에 삼켜진 서사의 균형, 그럼에도 역사의 무게를 지켜낸 무난한 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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