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연출을 거절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영화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단의 순간으로 남아 있다.
당시 워너브라더스는 첫 해리 포터 영화의 메가폰을 세계적 거장 스필버그에게 제안했고, 실제로 계약 직전 단계까지 논의가 진척되었다.

오랫동안 할리우드 주변에서는 스필버그가 작품이 지나치게 아동 영화로 흐를 것을 우려했거나 미국 배우 캐스팅을 고집하다 J.K. 롤링의 영국인 중심 방침과 충돌해 하차했다는 루머가 무성했다.
그러나 이후 감독이 직접 밝힌 진짜 핵심 사유는 가족과의 약속, 그리고 거장 스탠리 큐브릭의 유산이었다.

스필버그는 해외에서 장기 체류해야 하는 해리 포터 촬영이 자녀들의 성장기를 함께하겠다는 신념에 맞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무엇보다 1999년 절친했던 스탠리 큐브릭이 타계하자, 그의 유족들로부터 큐브릭이 수십 년간 구상했던 미완의 프로젝트 ‘A.I.’를 연출해 달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스필버그는 이미 문화적 신드롬을 일으키며 상업적 대박이 보장되었던 해리 포터를 과감히 포기하고, 예술적 의리와 도전을 위해 ‘A.I.’의 각본과 연출을 맡기로 결단했다.
2001년 개봉한 ‘A.I.’는 인간의 감정을 느끼도록 설계된 로봇 소년 데이비드가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해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다.

해리 포터 역으로 검토되기도 했던 헤일리 조엘 오스먼트와 주드 로가 주연을 맡아 인공지능과 인간성에 대한 묵직한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개봉 당시에는 지나치게 무겁고 암울한 분위기로 인해 평단의 호불호가 갈렸고, 흥행 성적 역시 같은 해 개봉해 전 세계 9억 달러가 넘는 대성공을 거둔 크리스 콜럼버스의 ‘해리 포터’에 크게 뒤처졌다.

하지만 세월이 흐른 지금 영화 ‘A.I.’는 인간 존재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어 본 스필버그의 가장 실험적이고 사색적인 걸작으로 완벽히 재평가받고 있다.
두 작품은 같은 해 나란히 개봉해 판타지와 SF라는 전혀 다른 길을 걸으며 영화사의 중요한 분기점을 만들어냈다.

거대한 흥행 수입 대신 큐브릭과의 약속을 지키며 거장으로서의 철학적 색채를 선택한 스필버그의 결단은, 감독이 어떤 작품을 통해 자신의 세계관을 증명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위대한 사례로 회고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