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콩 영화의 전성기를 이끈 전설적인 작품 ‘도신(정전자)’. 올백 머리에 턱시도를 입고 카리스마 넘치게 등장하는 배우 주윤발의 모습은 여전히 명장면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주윤발이 메인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놀라운 비하인드가 존재한다.

왕정 감독이 처음에 집필했던 대본의 메인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바로 밑바닥 푼돈을 모으며 살아가는 양아치 청년 ‘진도자’ 역의 유덕화였다.
당초 계획에서 주윤발이 맡은 역할은 그저 유덕화를 돕는 ‘기억을 잃은 바보’이자 서브 주인공 정도의 낮은 비중에 불과했다.

그러나 촬영 첫날, 이 모든 판도가 뒤바뀌었다. 주윤발이 단정하게 넘긴 올백 머리에 턱시도를 입고 촬영장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현장의 모든 스태프와 감독은 그의 압도적인 아우라에 기가 완전히 눌려버렸다.
결국 촬영이 진행될수록 주윤발의 연기력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대본이 전면 수정되기 시작했고, 그의 비중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결과적으로 개봉 후에는 완벽한 주윤발 원톱 영화로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전설의 영화가 탄생했다.

사실 왕정 감독은 당시 아카데미상을 휩쓸며 전 세계를 강타했던 더스틴 호프만,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레인맨(1988)’에서 결정적인 영감을 받았다.
자폐증을 앓고 있지만 숫자에 천재적인 기억력을 가진 레인맨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와 주윤발에게 적용했다.

영화 속에서 머리를 다쳐 10살 아이의 지능이 되었지만, 도박판의 패는 모조리 외우는 천재라는 독특한 기믹을 부여한 것이다.
‘홍콩 느와르 제임스 본드’와 ‘레인맨’이라는 기괴한 혼종은 주윤발의 신들린 연기력 덕분에 아시아 최고의 캐릭터로 탄생했다.

주윤발 특유의 올백 머리와 초콜릿을 먹는 행동은 아시아 전역에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주인공과 조연의 주객전도가 만들어낸 기적이 홍콩 영화사의 위대한 대작을 낳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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