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정재를 논할 때 글로벌 메가 히트작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빼놓을 수 없다.
제목의 첫 글자부터 ‘오’로 시작하는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전 세계적인 배우로 우뚝 섰다. 하지만 영화 팬들 사이에서 재미 삼아 뜯어보는 기막힌 평행이론이 있다.

‘오징어 게임’ 이전에도 그를 독보적인 캐릭터의 반열에 올려놓은 명대사들 속에 유독 ‘오’의 연결고리가 숨어있다는 사실이다. 발음과 표기를 넘나드는 이정재와 ‘오’의 지독하고 질긴 인연을 유쾌하게 짚어봤다.
구멍이 두 개지’오’? (영화 ‘암살’, 2015)

영화 ‘암살’에서 두 얼굴의 밀정 ‘염석진’으로 분한 이정재는 반민특위 재판 장면에서 역대급 열연을 펼쳤다.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셔츠를 찢어 발기던 그는 “구멍이 두 개지요”라는 명대사를 남겼다.
맞춤법상으로는 어미 ‘-요’가 맞지만, 극 중 분노에 가득 찬 염석진 특유의 카랑카랑하고 굵직한 성조 탓에 관객들의 귀에는 “두 개지’오’!”에 가깝게 들리는 묘한 중독성을 낳았다.

비열하면서도 처절한 인간의 바닥을 ‘오’를 닮은 발음 하나로 강렬하게 각인시킨 순간이다.
내가 왕(ㅗ)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 2013)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등장 씬을 자랑하는 ‘관상’의 수양대군. 관상가 내경(송강호)을 압박하며 던진 “내가 왕이 될 상인가?”라는 대사는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다.
비록 대사의 끝은 ‘-인가’로 끝나 뒤끝이 흐려질 뻔했으나, 이 대사의 핵심 키워드인 ‘왕’이라는 글자 중심에 모음 ‘오(ㅗ)’가 명확히 자리 잡고 있다.

‘오’를 품은 왕의 자리를 빼앗기 위해 서늘한 미소를 짓던 수양대군의 카리스마는 그렇게 완성됐다.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 (영화 ‘신세계’, 2013)

범죄 드라마의 마스터피스 ‘신세계’에서도 이정재의 ‘오’ 발음은 빛을 발했다. 잠입 경찰 ‘이자성’ 역을 맡은 그는 정체 발각의 위기 속에서 극심한 심리적 압박을 겪는다.
삼합회와의 거래 현장에서 상대방의 무리한 요구에 그가 낮게 읊조린 “거… 장난이 너무 심한 거 아니오”라는 대사는 자성의 위태로운 심리를 대변한다.

이 역시 “아니요”가 표준 표기법이지만, 자성의 차분하면서도 날 선 목소리와 섞여 묵직한 ‘오’의 울림으로 관객들의 심장을 조여놓았다.

이처럼 이정재는 ‘오징어 게임’으로 세계 무대를 흔들기 훨씬 전부터, 한국 영화사를 새로 쓴 명작들 속에서 유독 ‘오’라는 글자 및 발음과 직간접적으로 얽히며 자신만의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다.
재미 삼아 찾아본 평행이론이지만, 이쯤 되면 ‘오’는 이정재의 배우 인생을 관통하는 가장 확실한 흥행 보증수표이자 운명적인 글자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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