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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수·조여정의 서늘한 시너지…폭주하는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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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이라는 클리셰 위에 쌓아 올린 잔혹한 블랙코미디… 쿠팡플레이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3·4화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연출 이창희, 극본 정은경·박수린)가 지난 8월 7일 3·4화를 공개하며 본격적인 서사의 폭주를 시작했다. 1·2화 공개 직후 플랫폼 내 인기 콘텐츠 1위와 평점 4.6점을 기록하며 강력한 오프닝을 연 데 이어, 이번 3·4화는 통제 불능으로 치닫는 사건의 파장과 인간의 가식적인 욕망을 직조하며 스릴러와 블랙코미디의 경계를 한층 더 선명하게 가로질렀다.

제목이 암시하듯, 이 작품에서 ‘불륜’은 서사의 종착지가 아닌 도발적인 기폭제에 불과하다. 100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테리어 인플루언서 박경희(김혜수 분)와 무명 배우 남편 재홍(김지훈 분), 그리고 맞은편에 사는 피부과 원장 수정(조여정 분)과 전남편 보성(김재철 분)을 중심으로 얽힌 이웃 관계는, 두 집안의 딸(예지, 민서)이 연루된 뺑소니 사고와 흥신소 실장의 시체 유기 사건을 만나며 돌이킬 수 없는 연쇄 추돌로 이어진다.

3·4화 핵심 전개: 은폐의 늪, 5억 원의 협박, 그리고 드러난 모순

3·4화의 서사는 뺑소니 사고의 후폭풍을 수습하려는 어설픈 은폐 시도와 그로 인해 파생된 2차 위기를 다룬다.

철거촌 빈집 한복판에 방치된 시체를 마주한 경희와 재홍은 화려했던 셀럽 부부의 단정한 외피를 벗어던지고 대낮에 얼굴을 가린 채 사건을 덮기 위해 조잡하게 움직인다. 가식적인 행복을 팔아 부를 축적해 온 경희가 딸 예지의 범죄 사실을 덮고자 겪는 참담함과 다급함은, 자식과 가정을 지키겠다는 명분 아래 스스로 법과 윤리의 선을 넘어서는 인간의 자기합리화를 정면으로 보여준다.

갈등의 수위는 의문의 인물로부터 도달한 익명의 동영상과 ‘현금 5억 원’ 요구로 최고조에 달한다. 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재홍은 “내가 아빤데”라며 절박함을 표출하지만, 경희와 상의 없이 일을 처리하다 갈등을 폭발시키고, 사건 은폐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부부간의 균열은 극에 달한다.

특히 벼랑 끝에 몰린 와중에도 재홍이 수정과의 밀회를 끊지 못하고 “나도 재홍 씨 믿고 의지하는 거 알지?”라는 수정의 말에 그를 끌어안는 대목은, 부성애와 본능적 욕망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인물의 기만적인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여기에 뺑소니를 당한 흥신소 실장의 ‘쌍둥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새로 등장하고, 수정이 경희의 딸 예지와 은밀한 관계를 형성하며 전남편 보성까지 경희와 대면함에 따라, 두 가정을 둘러싼 비밀의 그물망은 더욱 촘촘히 조여들었다.

장르적 쾌감과 연출: 아이러니를 극대화하는 센티멘털 서스펜스

‘타인은 지옥이다’, ‘살인자ㅇ난감’을 통해 특유의 기괴하고 속도감 있는 미장센을 구축해 온 이창희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블랙코미디 장르의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비극적인 뺑소니 사고와 시체 유기라는 무거운 스릴러 소재를 다루면서도, 인물들이 벌이는 허술하고 찌질한 대응을 희극적으로 포착해 내는 연출 감각이 돋보인다.

특히 고급 주택가의 정갈하고 우아한 인테리어 비주얼과, 어둡고 기괴한 철거촌 한복판의 대조는 캐릭터들이 지닌 가식과 본성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결국 자신의 안위와 이미지 유지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인물들의 행태는 시청자에게 서스펜스와 동시에 씁쓸한 실소를 자아내게 만든다.

배우들의 연기 시너지: 캐릭터의 입체적 해체

김혜수는 완벽한 셀럽 박경의 완고함이 극한의 당혹감으로 무너져 내리는 과정을 디테일한 감정선으로 입체화했다. 분노와 절망, 모성애와 계산적인 이성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순간을 섬세한 표정과 세밀한 톤 변화로 밀도 높게 채운다.

김지훈은 겉으로는 다정한 연하 남편이자 무명 배우 재홍 속으로는 우유부단함과 욕망에 찌든 비겁한 인물을 기막히게 소화했다. 극의 중반부 장르가 전환되는 지점에서 인물의 한심함과 비참함을 사실적으로 연기하며 서사에 설득력을 부여한다.

조여정은 우아하고 교양 있는 겉모습 뒤에 서늘하고 비밀스러운 속내를 숨긴 미스터리한 캐릭터 수정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낸다. 과장되지 않은 절제된 어조로 상대의 심리를 흔드는 연기는 극적 긴장감을 지속시키는 핵심 축이다.

구조적 아쉬움과 향후 과제: 개연성의 아슬아슬한 줄타기

3·4화는 스피디한 사건 전개로 뛰어난 몰입감을 선사했으나, 인물들의 우연한 얽힘과 사건의 꼬임이 과도하게 누적되면서 일각에서는 서사적 작위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흥신소 실장의 쌍둥이 등장’과 같은 고전적인 복선 장치는 자칫 극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거나 산만함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

총 8부작 중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늘어난 인과관계와 비밀의 타래를 얼마나 정교하게 회수하느냐가 이 시리즈가 명작 블랙코미디로 남을지, 단순한 사건 늘어놓기에 그칠지를 결정짓는 핵심 분수령이 될 것이다.

쿠팡플레이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 3·4화는 불륜이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동력 삼아 인간의 위선과 욕망의 추악한 이면을 까발리는 데 성공했다. 잘 정돈된 쇼윈도 삶 뒤에 숨겨진 추악한 비밀들이 하나씩 폭발하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는 시청자를 끌어당기기에 충분하다.

과연 통제 불능 상태에 빠진 인물들이 자신들이 파놓은 은폐의 함정 속에서 어떤 종말을 맞이할지, 이어질 5·6화의 서사적 결착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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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최재필 기자
damovie20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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