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리뷰

오랫동안 무차별적인 물량공세와 화려한 액션 위주로 소비되던 ‘레지던트 이블’ 프랜차이즈가 마침내 ‘공포’라는 본연의 뿌리로 완벽하게 회귀했다. 영화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신흥 호러 명장으로 자리매김한 잭 크레거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과 원작 게임 특유의 서바이벌 호러 감성이 만나 시너지를 폭발시킨 작품이다.
잭 크레거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저예산 호러 코미디 ‘미스 마치(Miss March)’를 거쳐, 2022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바바리안(Barbarian)’을 통해 단숨에 현대 공포 영화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바바리안’에서 낯선 에어비앤비 숙소의 지하 공간을 단계별로 파고들며 공간의 폐쇄성과 구조적 불확실성을 극한의 서스펜스로 치환했던 그의 천재성은 차기 프로젝트인 ‘웨폰스(Weapons)’를 거쳐 이번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에서 정점을 찍는다.
기존 시리즈가 지닌 방대한 IP에 크레거 특유의 계산된 미장센과 점층적 공포 설계가 더해지며 기존의 기대를 배 이상 뛰어넘는 완성도를 증명해 냈다.

이번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은 주인공의 시점이다. 밀라 요보비치가 연기했던 ‘앨리스’처럼 비현실적인 전투력을 뽐내는 초인적인 캐릭터 대신, 평소 게임을 즐기던 지극히 평범한 일반인이 서사의 중심을 이끈다. 주인공이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 사태에 휘말려 공포를 단계별로 마주하는 과정은 관객으로 하여금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라는 즉각적인 감정 이입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공간의 변화에 따른 공포의 조율 역시 매우 영리하다. 영화는 한적하고 고립된 눈길에서 출발해 인적 드문 외곽 농가, 어둡고 폐쇄적인 터널, 그리고 점차 통제 불능에 빠진 도심과 거대한 빌딩 숲으로 무대를 확장해 나간다. 크레거 감독은 공간이 전환될 때마다 원작 ‘레지던트 이블’ 속 상징적인 크리처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정교하게 계산된 점프 스케어와 서스펜스를 쏟아낸다.
무작정 좀비 떼를 쏟아붓던 과거의 획일적인 블록버스터 공식을 탈피하고, 작은 섬뜩함에서 시작해 점진적으로 스케일을 확장해 나가는 ‘체계적이고 스타일리시한 공포’는 영화의 흡인력을 마지막까지 팽팽하게 유지시킨다.

평범했던 주인공의 성장 서사도 매력적인 관람 포인트다. 총기 한번 제대로 다뤄본 적 없던 인물이 생존의 벼랑 끝에서 점차 과감해지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실전 총기 액션을 익혀 나가는 과정은 단순한 눈요기를 넘어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숨 막히는 긴장감 속에서도 번뜩이는 잭 크레거 특유의 감각적인 유머 코드 또한 빛을 발한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튀어나오는 자연스러운 상황 유머는 극의 톤을 해치지 않으면서 관객의 숨통을 트여주고, 장르적 재미를 극대화하는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체계적인 공포 연출, 밀도 높은 서스펜스, 그리고 인간적인 유머까지 균형감 있게 갖춘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은 팝콘 무비로서의 미덕과 정통 호러의 긴장감을 모두 잡았다. 올가을 극장가에서 색다른 스릴과 완성도 높은 공포를 원하는 관객들에게 인상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다.
평점: ★★★★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메인 예고편](https://i.ytimg.com/vi/_MMjqX89OQM/hqdefault.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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