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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구원받지 못했다… 종영 ‘허수아비’가 남긴 씁쓸하지만 완벽한 결말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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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추억’ 그 이후를 묻다… 드라마 ‘허수아비’가 남긴 묵직한 이정표

출처:ENA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ENA 월화드라마 ‘허수아비’가 지난 26일 최종회(12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8.1%(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는 역대 ENA 드라마 중 시청률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쥔 ‘허수아비’는 단순히 자극적인 범죄 추적에 머물지 않고, 국가 권력의 부조리와 그 비극의 시간 속에서 파괴된 개인들의 삶을 정조준하며 웰메이드 사회파 스릴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가 범인인가’를 넘어 ‘그 이후, 남겨진 자들’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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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는 1988년부터 2019년까지 31년이라는 긴 세월을 오간다. 작품의 제목인 ‘허수아비’는 과거 경찰이 수사 당시 ‘너는 자수하지 않으면 사지가 썩어 죽는다’라는 문구를 적어 범죄 현장에 실제로 설치했던 허수아비에서 착안했다. 극은 이 상징물을 매개로 범인을 잡겠다는 집착에 사로잡혀 도리어 스스로가 허수아비로 전락해 버린 인간들의 군상을 날카롭게 포착했다.

기존의 수사물들이 범인의 정체를 마지막까지 감추며 장르적 쾌감을 쫓는 것과 달리, ‘허수아비’는 극 중반부에 진범 이용우(정문성)의 정체를 과감히 공개하는 서사적 선택을 감행했다. 범인이 밝혀진 이후 서사의 동력은 오히려 더 강력해졌다. 카메라는 ‘진범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잘못된 수사로 인해 누명을 쓰고 인생이 송두리째 파괴된 피해자들과 그 뒤틀린 진실을 은폐하려는 권력층의 추악한 대립으로 시선을 확장했다.

진실을 포기하지 않고 죄책감과 싸워온 프로파일러 강태주(박해수)와, 과거의 부조리를 묻어두고 자신의 권력과 질서를 지키려 한 검사 차시영(이희준), 그리고 끝까지 진실을 기록하려 했던 기자 서지원(곽선영)의 팽팽한 삼각 구도는 시청자들에게 장르적 긴장감을 넘어 시대적 부채감을 환기시켰다.

연기 구멍 없는 열연과 철저한 현실주의 엔딩

출처:ENA

배우들의 압도적인 호연은 ‘허수아비’의 가장 큰 흥행 요인이다. 박해수는 자신의 오만이 불러온 비극적 선택을 후회하며 시대의 단면을 온몸으로 표현해 냈고, 이희준은 악인의 내면에 존재하는 결핍과 뒤틀린 경쟁심을 입체적으로 그려내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정문성의 서늘한 자백 연기와 곽선영의 단단한 중심 잡기는 극의 진정성을 더했다.

특히 최종회에서 보여준 결말은 이 드라마가 가진 태도를 명확히 보여준다. 끝까지 자신의 가혹 행위와 부조리를 부인하며 손을 내민 강태주를 외면한 차시영의 모습, 그리고 진범 이용우를 향해 “네가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 모든 비경의 시작은 너였다”고 일침을 가하는 강태주의 대사는 값싼 ‘사이다’ 카타르시스 대신 현실의 씁쓸함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했다. “허수아비 당신을 잡겠다고 하다 보니 내가 허수아비가 돼 있더라. 우리 모두 허수아비였다”는 강태주의 마지막 대사는 범인을 잡았음에도 그 누구도 온전히 구원받지 못한 잔인한 현실을 대변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12부작의 빠른 호흡이 남긴 아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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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완벽해 보이는 이 작품에도 아쉬운 대목은 존재한다. 30년이 넘는 세월과 수많은 등장인물의 얽히고설킨 서사를 단 12부작이라는 압축적인 분량 안에 담아내다 보니, 후반부 전개에서 일부 캐릭터의 감정선이나 서사적 인과관계가 급박하게 처리된 감이 없지 않다.

특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교차 편집 속에서 조연 배우들이 가진 사연과 비극이 충분히 숙성될 시간을 갖지 못하고 소모되거나, 법정 재심 과정에서의 치열한 공방이 다소 빠르게 지나간 점은 완성도 면에서 옥에 티로 꼽힌다. 분량이 조금 더 확보되었다면 피해자 가족들의 아픔과 권력의 붕괴 과정을 한층 더 밀도 있게 보여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잊지 말아야 할 과거를 향한 묵직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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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수아비’는 잊어서는 안 될 과거의 부조리와 여전히 그 비극 속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재조명했다는 점에서 그 가치가 빛난다. 단순한 범죄 오락 액션물로 전락하기 쉬운 소재를 가지고 시대의 공기와 인간의 내면을 심도 있게 탐구한 제작진과 배우들의 진정성은, 종영 이후에도 쉽게 가시지 않는 먹먹한 울림을 전하며 올해 최고의 문제작이자 수작으로 기억되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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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최재필 기자
damovie20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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