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암살자(들)’의 주연 이민호 배우를 만나다

영화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영부인 저격사건의 의혹과 배우를 추적하는 미스터리 스릴러다. 허진호 감독과 영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 ‘서울의 봄’의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만나 현대사를 유니버스로 묶는 실화 모티브 영화다.
영화는 세 인물의 시점이 하나씩 모인다. 최전선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경찰 철구(유해진), 유려한 통찰력을 발휘해 사건의 이면을 파헤치는 베테랑 기자 재환(박해일), 당시 현장을 직접 목격한 신입 기자 영일(이민호)의 시선을 통해 의문의 실체에 다가간다.
극 중 이민호가 맡은 한영일은 광복절 기념식 현장 취재를 맡은 동성일보 신입 기자다. 눈앞에 벌어진 사건으로 무고한 희생자인 소녀의 죽음을 가장 가까이에서 목격한다. 이후 자신이 본 장면과 현장의 단서를 되짚으며, 사건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에 뛰어든다.
다음은 배우 이민호와 11일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나 영화 이야기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글이다.
영일은 ‘청춘’을 상징

-‘파친코’ 이후 한국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에 또다시 출연하게 되었다. 작품 선택 계기는?
감독님과 스태프의 조화가 ‘도서관’ 같았다. 큰소리 나는 법이 없었고, 한 컷 끝나고 도란도란 모여 머리 맞대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분위기가 편안했다. 감독님은 초반에만 명확한 요구사항이 있었지, 이후에는 배우에게 온전히 맡겨 주셨다. 다만 두 선배 사이에서 그 시대의 인물로서 잘 섞이는 게 숙제였다. 이 조합 사이에서 잘 묻혀야 할 우려가 있었지만 모니터링할 때 마음 놓고 연기해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애써 노력하기보다 본 모습 그대로 편하게 있었다.
-실화에서 영감받은 이야기다. 70년대는 어떻게 접근했고, 패기 넘치는 신이 신입 기자 영일을 위해 갖추고자 했던 태도, 빌드업은 어떻게 되는가?
실제 사건을 다룬 프로그램을 많이 봤다. 흥미로웠던 사건과 소재였다. 타임라인이 여러 인물의 시점에 맞춰 있는 게 독특했다. 기자는 현상이나 상황, 인물의 사실을 취합해서 왜곡되지 않은 정보 전달이 시작이더라. 의도와 상관없이 왜곡되는 피로감도 알 수 있었다. 의도하지 않게 주목받지 못한 피해자(소녀)의 모습이 부당하다고 생각했고 외면하지 않으려고 했다.
-영일은 한회장(정우성)의 막냇동생이 자 재벌집이라는 백그라운드를 지니고 있다. 기존의 기자와는 다른 콘셉트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민주화 운동의 책임을 드러내는 인물이라고 설정했다. 신문사에 구겨져 있던 것도 전날 밤을 열심히 정보를 취합한 후 밤을 새운 설정으로 시작했다. 대학생은 몸으로 하는 운동을 했다면 영일은 집안의 장점을 살려 스마트하게 민주화 운동에 발 들였다고 생각했다. 과한 설정보다는 담백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고 설득력을 높이려고 고민했다.

-연장 질문이다. 영일이 진실을 추구하는 방식이 무모함과 열정을 품은 소년처럼 보인다.
영일은 보호받는 가정 안에서 사랑받고 커온 인물이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면서 현타도 오고 더 자유롭고 싶다는 욕망을 품는다. 영화 속에서는 ‘청춘’을 상징한다. 살아 있다는 게 뭘지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도 포함이다. 기자를 택하고 존경하는 어른 재환을 보면서 열정적으로 행동했기 때문에 소년미가 풍겼을 거다. 표면적 빌런은 박훈 선배가 맡은 감시원이다. 하지만 그 직종도 그 시대 안에서 살아남기 위한 인물이니 명확한 빌런은 없다.
-현장에서 무고한 시민(최유리)을 만나며 일말의 부채감을 지닌 인물도 영일이다.
최근 유튜브를 10시간씩 보면서 다양한 삶을 간접 경험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때, ‘전쟁’이란 키워드가 유튜브에 도배 되었지만, 진짜 피해자는 따로 있었다. 현장의 무고한 시민이 희생자였고, 결국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주목받지 못하는 사람에게 포커스를 맞춰 주어야 한다고 느꼈다. 영일은 소녀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일말의 마음은 조금 남아 있지 싶지만, 부채감까지 영일의 몫은 아니지 않을까.
-유해진과 박해일 속에서 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배운 점이 있다면.
해진 선배님은 날것의 야생성을 꾸준히 간직하신 분이다. 삶을 본능적으로 바라보는 게 느껴진다. 자연을 추구하고 러닝도 하시는 혼자만의 시간이 중요하신 분인데, 그 부분을 닮고 싶고 영감받고 싶다. 해일 선배님은 인간 오디오북이다. 이야기 전달자로서 저의 색깔을 덧입히면서도 중의적인 전달법을 배웠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백하게 전달하는 데 최적화된 사람인데, 이래야 오래 일할 수 있었구나 깨달았다.
마흔 앞둔 추구미 변화

-2006년 EBS 드라마 ‘비밀의 교정’으로 데뷔해 20주년이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한류 스타의 명성을 13년째 유지하고 있다. 아직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의 이미지가 큰데..
20대 때 서툴지만 순수한 사랑을 표현하는 인물을 남기길 잘했다. 이른 나이에 주목받는 삶을 살았고, 그게 불편하거나 답답하지는 않았다. 하나에 갇혀 정체되고 진부해지는 삶을 살기 싫어 부단히 노력 중하고 있다. 예전에는 로맨스 장르를 많이 했냐, 드라마보다 영화는 많이 하지 않냐. 등등 말이 많았다. 돌아보니 전 세계적으로 통하는 인물을 연기했다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인물이 글로벌 소구력이 높다. 마흔이 되면 어른 섹시미를 드러내고 싶다. 이 시대의 어른 섹시미는 무엇인지, 멜로 장르를 하더라도 화초보다는 잡초 같은 캐릭터를 원한다.
-곧 마흔이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예전에는 성공에 포커스가 맞춰진 인간이었다면, 이제는 사랑받으면서 책임져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본질적인 질문을 하게 되었다. 어떤 상황 속에서 최선이 뭔지 고민하게 되었다. 매년 인생 추구미가 달라지지만 늘 키워드는 같다. ‘진정성이 있는 사람’, ‘진실한 사람이 되자’다. 추구미가 ‘암살자(들)’의 키워드와 부합한다는 생각이 들었고, 잘 표현하고 싶었다.
누구의 입맛이나 관점대로 살아가는 것은 목표가 아니다. 제 기준을 충족되기 위해서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좋은 사람은 진부하고 재미없어 보인다는 단어처럼 보이지만, 좋은 사람이란 단어 안에 내포한 깊은 뜻이 좋다.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있는 사람, 그래야 더 많은 캐릭터를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느끼는 대로 눈치 안 보고 사는 게 개인적인 삶의 방향이다.
-작품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
최근 5년 동안 로맨틱 코미디는 안 하겠다는 기준을 세웠다. 하지만 로맨틱 코미디도 인물이 부각되기보다, 작품이 우선시되는 이야기라면 하고 싶다. ‘파친코’나 ‘전지적 독자 시점’도 그 연장선상이다. 멀티캐스팅 속에서 이야기를 아우르는 작품을 선택하게 되었다. ‘전독시’도 한국을 대표하는 IP이기 때문에 두 번째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참여하고 싶다. 독자가 유중혁이 되고 유중혁이 독자가 되는데, 진짜 관계성은 2부부터다. (웃음)

-AI가 배우를 대체하는 방식에 본인 생각은 어떤가.
커피 제조 브이로그를 본다고 가정하면 사람 팔이 만드는 건 10분 넘게 보겠지만 로봇 팔이 만들면 보지 않는다. 기술적인 것은 대체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온기가 느껴지는 걸 갈망하지 않을까. 몇 년 전부터 AI에도 관심이 커졌다. 지금 시대에는 느낌표보다 물음표를 많이 해야 한다. 느낌표는 AI가 더 잘해줄 시대이다. 질문을 잘 해야 배우이자 인간으로서 의미 있지 않을까 싶다.
-‘암살자(들)’을 통해 얻은 성취는?
해진, 해일 선배의 온기를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 존경받는 배우와 호흡, 에너지를 가까이에서 보고 배운 것, 물론 감독님도 포함이다. (웃음) 토론토도 가게 되는데 영화제는 처음이라 설렌다. 어릴 적부터 해외 일정은 대부분 개인으로 간 것이라면 이번에는 영화로 가는 것이니 더 따뜻한 시간이 될 것 같다.
-치열한 추석 명절 극장가 라인업 중 ‘암살자(들)’만의 자신감 있는 기대 포인트는?
천만 배우 유해진 선배님을 필두로 다채로운 배우가 나온다. 관심 많이 가져 주실 거라 느끼며, 신선하다는 말을 들었으면 만족감이 클 것 같다.
한편, ‘암살자(들)’은 모두가 목격했지만 침묵이 강요된 시대, 누구도 제대로 알지 못했던 그날의 진실을 파헤치며 그날의 공기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사건의 조각을 하나씩 짚어가고 관객 각자의 시선에서 곱씹어가며 74년 그날의 한가운데로 들어가는 경험이 특별한 영화다.
글:장혜령 기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