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자(들)’ 원래 결말과 미공개 장면 26일 GV 통해 뒤늦게 언급

1974년 8·15 영부인 저격 사건의 배후와 의혹을 다룬 영화 ‘암살자(들)’이 극장가에서 뜨거운 흥행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거진 이른바 ‘색깔론’ 공방에 영화계가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일각에서 영화의 역사적 시각을 두고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며 논란을 키우자, 제작진과 동료 거장 감독들이 입을 모아 작품 본연의 균형 감각을 강조한 것이다.
특히 최근 관객과의 대화(GV)를 통해 영화의 결말이 당초 촬영 직전까지 전혀 다른 방향이었으며, 완성본에서 과감하게 들어낸 세 가지 미공개 장면이 있었다는 사실이 육성으로 확인되면서 영화의 메시지와 연출 의도를 둘러싼 관심이 다시금 증폭되고 있다.
“보지도 않고 이념 잣대”… 박찬욱 감독이 짚은 ‘암살자(들)’의 품격

영화의 정치적 프레임 논란에 쐐기를 박은 것은 박찬욱 감독이었다. 지난 9월 26일 오후 서울 성동구 CGV 왕십리 7관에서 열린 ‘암살자(들)’ 스페셜 GV 현장에는 허진호 감독과 주연 배우 박해일, 그리고 모더레이터로 지원 사격에 나선 박찬욱 감독이 함께 자리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극 중 정우성이 연기한 대기업 총수 한 회장과 기자 재환(박해일)이 맞붙는 장면을 언급하며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 박 감독은 “영화에 나오는 기업인을 단순히 정경유착에 기생하는 천박한 모리배로 묘사하지 않고, 그 시대 나름의 애국과 산업화를 이끌었던 입체적인 인물로 그려냈다”면서 “정의와 진실을 추구한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편에서 묵묵히 제 몫을 다한 보통 사람들과 산업역군도 분명히 있었다. 흑백논리로 재단하지 않은 감독의 성숙한 시선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좌익 영화’, ‘좌파 영화’라며 색깔론을 들이대는 사람들에게 바로 이 장면을 꼭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며 정치권 일각의 무분별한 이념 공세를 직격했다.
촬영 직전 뒤바뀐 엔딩… 법정 난입 대신 선택한 ‘자유언론’

이날 GV에서는 영화가 지금의 결말을 맺기까지 겪었던 숨 가쁜 비하인드도 소상히 공개됐다. 당초 10년 가까이 묵혀 있던 권기준 작가의 초고 원안은 억울하게 책임을 뒤집어쓰고 쫓겨난 경찰들의 사투가 중심이었으며, 박해일과 이민호가 분한 신문사 기자 라인은 허진호 감독이 연출을 맡으면서 새롭게 창작해 넣은 축이었다.
결말의 진통도 상당했다. 허진호 감독은 “원래 각본에서는 경찰 철구(유해진)와 기자 재환(박해일)이 저격범 문태광이 있는 재판정으로 쳐들어가 고함을 치며 진실을 요구하는 결말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단순한 외침으로 영화를 끝내기에는 뒷맛이 개운치 않았고, 허 감독은 당시 유신 치하에서 반정부 기사를 내던 언론 탄압과 1974년 10월 24일 실제로 일어났던 ‘동아일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떠올렸다.
박해일은 촬영 직전까지 법정 행을 고수하며 대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신문사 동료들이 들이닥친 괴한들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버티는 사이, 재환이 몰래 빠져나가 문태광의 재판장으로 달려가는 구성을 논의했던 것이다. 하지만 현장 스크립터가 “그렇게 연출되면 재환이 홀로 동료들을 내버려 두고 비겁하게 도망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의견을 냈고, 치열한 토론 끝에 재환이 신문사 현장에서 동료들과 연대해 ‘자유언론실천선언’을 담담히 낭독하는 현재의 묵직한 엔딩으로 최종 결정됐다.
“때는 사람이 만드는 거지”… 통편집된 미공개 에필로그 3가지

완성본에서 과감하게 덜어낸 에필로그 미공개 컷 3가지도 공개됐다.
첫 번째는 법정 증언 이후 철구의 태극기 국기함 시퀀스다. 15년의 세월이 흐른 뒤 감식계장 이현도(박지환)가 국회 청문회 법정에서 사라진 탄환의 의혹을 증언하는 장면 뒤, 아파트 경비원이 된 철구가 경비실 TV로 이를 지켜본 뒤 집으로 돌아와 억울함을 호소하는 탄원서를 쓰고, 집에 있던 태극기 국기함에 니스를 칠하는 장면이 촬영됐으나 본편에서는 잘려 나갔다. 허 감독은 “경찰로서 충성심을 품었던 철구가 국가를 향해 품은 복잡미묘한 심경을 담으려 했으나 영화의 호흡을 위해 편집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재환과 영일의 신문사 후일담 대화다. 새로 창간된 신문사 사무실에서 영일(이민호)과 재환이 후배들과 함께 TV 속 현도의 증언을 지켜보는 장면이다. 한 신입 기자가 “이 진실이 과연 밝혀질 수 있을까요?”라고 묻자, 영일이 “때가 되면”이라고 답하고, 재환이 “때는 사람이 만드는 거지”라는 뼈있는 한마디를 던지는 장면이었다. 허 감독은 이 대사의 여운을 아끼면서도 “감독이 하고 싶은 말을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조로 늘어놓는 것 같아 덜어냈다”고 털어놨다.
세 번째는 암실 대화 시퀀스의 혹독한 재구성이다. 철구와 현도가 어두운 사진 암실에서 사라진 두 발의 탄환과 배후 의혹을 두고 대화를 나누는 핵심 신은, 대본 그대로 리허설을 했을 때 배우와 감독 모두 “무슨 말을 하는지 납득이 안 갈 정도”로 난항을 겪었다. 결국 당일 저녁 식사 자리에서 세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대사를 즉석에서 전면 수정해 완성해 냈다.

GV 현장에서 박찬욱 감독은 “‘때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다’라는 대사는 이 영화 자체가 만들어진 시점을 뜻하는 것 같기도 해 무척 아깝다”며 삭제 장면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표했고, 허 감독은 “제작사에서 놀랄 정도로 많은 분량을 과감히 덜어냈지만, 훗날 기회가 된다면 감독판이나 확장판을 통해 관객들에게 온전히 보여줄 날이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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