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 영화사상 최고의 스포츠 명작으로 추앙받는 할리우드 영화 ‘록키(1976)’는 제작 초기만 해도 아무도 성공을 점치지 않은 시한부 프로젝트에 가까웠다.
당시 제작사인 유나이티드 아티스츠가 배정한 예산은 약 100만 달러에 불과한 초저예산이었고, 주연을 맡은 실베스터 스탤론 역시 할리우드 변두리를 전전하던 이름 없는 무명 배우였다.

돈이 없었던 것은 감독뿐만이 아니었다. 이 영화의 각본을 직접 쓴 실베스터 스탤론 역시 제작비 부족이라는 거대한 장벽 앞에서 함께 한계에 부딪혔다.
자신이 머릿속으로 그린 웅장하고 감동적인 록키의 훈련 모습을 스크린에 어떻게 담아낼지, 정식 촬영 허가를 받거나 도로를 통제할 비용조차 없는 처참한 현실 속에서 스탤론과 존 G. 아빌드센 감독은 밤낮으로 고민을 거듭해야 했다.

거리를 채울 엑스트라를 고용하는 것조차 사치였던 상황에서, 이들이 낸 고육지책은 소형 밴에 카메라를 숨긴 채 무작정 거리로 나가는 게릴라식 ‘도둑 촬영’이었다.
문제의 명장면은 스탤론이 회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필라델피아 사우스 사이드의 전통 시장인 ‘이탈리안 마켓’을 질주하는 신을 찍을 때 탄생했다.

새벽 일찍 가판대를 정리하던 시장 상인들은 난데없이 거친 숨을 몰아쉬며 뛰어오는 한 남자를 발견했다.
당시 대중에게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무명이었던 스탤론을 보고, 상인들은 그 누구도 영화 촬영 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대신 그를 진짜 시합을 앞두고 새벽 훈련을 소화하는 ‘동네 흙수저 복서’로 착각했다. 이 오해는 영화사에 길이 남을 돌발 상황으로 이어졌다.

숨을 헐떡이며 뛰어가는 젊은 복서의 모습이 기특했던 한 과일 노점상이 격려의 의미로 가판대에 있던 오렌지 한 개를 그를 향해 툭 던진 것이다.
각본에 전혀 없던 순간이었지만 스탤론은 당황하지 않고 달리던 속도 그대로 오렌지를 자연스럽게 덥석 받아냈고, 가벼운 목례를 건네며 멈추지 않고 뛰어갔다.

화면 속 주위 상인들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보는 표정 역시 연기가 아닌 100% 실제 리액션이었다.
아빌드센 감독은 이 우연한 장면이 필라델피아라는 도시가 가진 거친 따뜻함과 주인공 록키의 밑바닥 인생을 완벽하게 대변한다고 판단해 편집 없이 본편에 그대로 삽입했다.

최고라는 찬사를 받는 이 명장면은 결국 철저한 계산이 아닌, 돈이 없어 감행해야 했던 눈물겨운 무허가 촬영과 이웃들의 따뜻한 오해가 빚어낸 최고의 기적이었던 셈이다.
[사진 출처: 영화 ‘록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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