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의 경계를 부순 500억 대작, 나홍진의 ‘호프’는 어떤 영화인가?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한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가 베일을 벗었다. 공식 상영 직후 뤼미에르 대극장을 가득 채운 2500여 명의 관객들로부터 7분간의 기립박수를 이끌어내며 현지 최고의 화제작으로 우뚝 섰다.
전작 ‘곡성’ 이후 10년 만에 돌아온 나홍진 감독이 약 50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완성한 이 전대미문의 대작을 두고, 국내외 평론가와 기자들의 평가가 뜨겁게 교차하고 있다. 현지에서 쏟아진 팩트 기반의 기록과 평론을 바탕으로 베일에 싸인 영화 ‘호프’의 실체를 분석해본다.
나홍진 스타일로 재해석한 ‘SF 크리처물’과 압도적 액션

영화는 비무장지대(DMZ) 변두리의 호포항을 배경으로 한다. 출장소장 범석(황정민 분)이 마을에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외계인)가 출현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외신들은 이 영화를 ‘조지 밀러의 매드맥스’와 ‘스티븐 스필버그의 괴수물’이 결합한 듯한 고에너지 액션 영화로 묘사했다.
영국 가디언(The Guardian)은 “멈추지 않는 미친 듯한 외계인 전투가 최고의 즐거움을 선사한다”며 “자동차와 말을 넘나드는 날것의 액션이 관객을 극도로 몰입시킨다”고 극찬했다.
미국 IGN 역시 “숲과 산 중턱, 비좁은 골목을 누비며 거대한 위협에 포위된 작은 마을의 이야기를 통해 관객의 감각을 맹렬하게 폭격한다”고 평했다. 홍경표 촬영감독이 담아낸 화려한 영상미와 이후경 미술감독의 디테일한 프로덕션 디자인 역시 스크린을 압도하는 스케일을 증명했다는 평이다.
글로벌 배우진의 열연과 캐릭터의 매력

한국의 탑배우들과 할리우드 스타들의 만남은 기묘한 시너지를 냈다. 주인공 황정민의 묵직한 연기를 필두로, 말에 올라타 추적을 벌이는 조인성(성기 역)과 유탄발사기를 들고 강렬하게 등장하는 정호연(성애 역)의 캐릭터성이 큰 인상을 남겼다.
특히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테일러 러셀, 카메론 브리튼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퍼포먼스 캡처(모션 캡처)를 통해 ‘기괴하고 해골 같은 외형의 초록색 외계인’을 연기했다는 점이 밝혀져 놀라움을 자아냈다. 매체 리틀 화이트 라이즈(Little White Lies)는 “단순히 처치해야 할 괴물이 아니라, 독특한 움직임과 미묘하게 인간적인 감정이 교차하는 크리처 디자인이 신선하다”고 언급했다.
전반부의 경이로움 vs 후반부의 호불호

언론과 평단의 공통된 의견 중 하나는 “초반 한 시간의 몰입감과 긴장감은 완벽에 가깝다”는 점이다. 폭발적인 페이스로 관객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서사가 160분의 러닝타임 전반을 지배한다.
다만 크리처의 정체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후반부와 예측 불허의 3막 전개를 두고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다. 미국 인디와이어(IndieWire)는 “초반 한 시간은 전율을 일으키지만, 크리처의 본격적인 등장 이후 CGI와 각본의 전개가 아쉽다”며 혹평을 던지기도 했다.
아울러 영화의 결말이 열린 결말 형태를 취하며 대놓고 후속편(시퀄)을 예고하는 파격적인 구조로 마무리된다는 점 역시 평론가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논쟁거리다.
우리가 마주하게 될 ‘호프’의 실체

‘호프’는 전통적인 예술 영화 중심의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신선한 충격을 던진 ‘가장 기괴하고 광기 어린 블록버스터’다.
단순히 할리우드식 외계인 침공 스타일을 답습한 것이 아니다. 나홍진 감독 특유의 스릴러적 긴장감과 블랙 코미디, 그리고 한국적 공간인 DMZ가 자아내는 폐쇄적 공포와 인간의 이기심(문화적 피해망상)이라는 사회적 메시지를 영리하게 버무려냈다.
기존의 안전한 흥행 공식을 거부하고 장르를 이리저리 뒤틀어버리는 나홍진식 뚝심이 500억 규모의 대작에서도 고스란히 발휘된 모양새다.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기괴한 혼란을, 장르 영화 팬들에게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영화 ‘호프’는 오는 7월 국내 극장가에서 관객들의 최종 평가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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