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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 은사자상 ‘가능한 사랑’, 99회 아카데미 시상식 정조준한 3가지 이유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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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의 한 풀까… 베니스 은사자상 품은 ‘가능한 사랑’, 아카데미 레이스 정조준

출처:넷플릭스

이창동 감독의 신작 ‘가능한 사랑’이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폐막식에서 심사위원대상(은사자상)과 국제영화비평가연맹(FIPRESCI)상을 동시에 석권하며 세계 영화계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이미 지난 8월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한상준)로부터 2027년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대표 출품작으로 단독 지명된 ‘가능한 사랑’은, 이번 베니스 수상으로 가장 강력한 오스카 전초기지를 구축하게 됐다.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작품상·감독상·각본상·국제장편영화상)을 거머쥐며 한국 영화사에 전무후무한 이정표를 세운 지 수년. 과연 이창동 감독은 2018년 ‘버닝’으로 최종 후보 직전인 예비후보(쇼트리스트)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털어내고, 아카데미 트로피를 품에 안을 수 있을까. 베니스에서 확인된 외신의 절대적 찬사와 넷플릭스의 글로벌 캠페인 화력, 그리고 넘어야 할 산을 짚어보며 수상 가능성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1. ‘베니스 은사자상’이라는 아카데미 보증수표

출처:넷플릭스

아카데미 레이스에서 베네치아국제영화제의 입지는 절대적이다. 최근 수년간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이나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비영어권 작품들은 예외 없이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 최종 노미네이트는 물론 본상 수상으로 직행하는 공식을 확립해 왔다.

‘로마'(알폰소 쿠아론), ‘기생충'(봉준호, 칸 황금종려상 경유), ‘드라이브 마이 카'(하마구치 류스케), 그리고 베니스 심사위원대상을 거쳤던 류스케 감독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나 에드워드 버거 감독의 ‘서부 전선 이상 없다’등이 대표적이다. 베니스에서 심사위원대상과 국제비평가연맹상을 휩쓸었다는 사실은 북미 비평가 집단과 아카데미 회원(AMPAS)들에게 “올해 반드시 봐야 할 가장 압도적인 예술적 성취”라는 강력한 인증 마크로 작용한다.

실제로 베니스 현지에서 쏟아진 평단의 반응은 만장일치에 가까웠다. 국제비평가연맹은 ‘가능한 사랑’을 선정하며 “착취와 계급, 환멸, 사랑, 욕망, 그리고 이야기의 소유와 윤리를 탐구하는 미묘한 권력 게임이 다층적이고 완벽한 속도로 전개되는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할리우드 리포터, 버라이어티 등 북미 유력 매체들 역시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상흔과 인간 존엄의 문제를 꿰뚫는 거장의 정점”이라며 일제히 찬사를 쏟아냈다. 이러한 비평적 열기는 아카데미 레이스 초반 투표권을 쥔 회원들의 표심을 결집시키는 핵심 자산이다.

2. 넷플릭스의 ‘전폭적 총력전’… 아카데미 캠페인 엔진 장착

출처:넷플릭스

아카데미 수상의 성패를 가르는 또 하나의 결정적 변수는 현지 ‘캠페인 자본과 네트워크’다. 아무리 뛰어난 예술 영화라도 수천 명에 달하는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노출되지 못하면 투표함에서 잊히기 십상이다.

이 지점에서 ‘가능한 사랑’은 역대 한국 출품작 중 가장 강력한 무기를 쥐고 있다. 바로 글로벌 스트리밍 공룡 넷플릭스가 메인 투자배급사로 전면에 나섰다는 점이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국내 투자 가뭄으로 영진위 국고지원금 15억 원을 자진 반납하고 표류하던 이 작품의 가치를 알아보고 순제작비를 전액 자체 조달했다.

넷플릭스는 ‘가능한 사랑’을 9월 23일 한국 극장에서 선개봉(아카데미 출품 요건인 9월 30일 이전 극장 상영 충족)한 뒤 11월 6일 전 세계 스트리밍으로 서비스하며, 북미 주요 도시의 극장 제한 상영을 병행할 예정이다. 넷플릭스가 보유한 막강한 오스카 홍보 예산과 전 세계 유권자 대상의 스크리닝 플랫폼 인프라, 그리고 알폰소 쿠아론의 ‘로마’,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등을 아카데미 정상에 올려놓았던 노련한 아카데미 캠페인 전담팀이 고스란히 이창동 감독을 위해 가동된다. 해외 중소 배급사에 의존해야 했던 과거 한국 영화들의 한계를 단숨에 뛰어넘는 대목이다.

여기에 토론토국제영화제(TIFF) 스페셜 프레젠테이션 초청과 뉴욕영화제 등 북미 가을 영화제 순회가 잇따라 예정되어 있어, 북미 비평가상 시즌을 앞두고 바이럴과 인지도를 극대화할 수 있는 완벽한 징검다리를 확보했다.

3. ‘버닝’의 기시감과 넘어야 할 과제들

출처:넷플릭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 레이스의 복잡한 역학 구조 속에서 경계해야 할 현실적 장벽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첫째는 ‘아카데미 회원의 성향과 장벽’이다. 이창동 감독은 2018년 ‘버닝’으로 칸영화제 최고 평점을 기록하고 국제비평가연맹상을 받았으나, 당시 보수적인 아카데미 회원들의 벽을 넘지 못하고 9편의 1차 쇼트리스트에 머문 채 최종 5편의 후보 지명에는 실패한 아픈 기억이 있다. 164분에 달하는 긴 러닝타임과 서구 관객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는 한국 특유의 해고 노동자 서사 및 계급 갈등의 정서는, 속도감 있는 전개에 익숙한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들의 표를 흡수하는 데 있어 고도의 설득 작업이 요구된다.

둘째는 ‘서구 중심의 경쟁작 구도’다. 올해 베니스에서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가져간 마이 엘투키 감독의 ‘우먼 언노운'(덴마크)을 비롯해 칸영화제 등에서 주목받은 유럽 유력 감독들의 작품들이 자국 대표로 출품돼 치열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특히 할리우드와 문화적·언어적 거리가 가까운 유럽 아트하우스 영화들에 맞서, 한국 사회의 특수성을 보편적 인간애의 질문으로 확장시킨 이창동 감독의 시선을 어떻게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각인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에필로그: 4관왕 신화 ‘기생충’이후, 한국 시네마의 가장 묵직한 도전

출처:넷플릭스

‘가능한 사랑’의 오스카 레이스는 단순한 트로피 경쟁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기술 혁신과 AI의 등장, 노동의 종말이라는 전 지구적 불안 앞에서 “인간 사이의 연결과 사랑은 여전히 가능한가”를 묻는 이창동 감독의 카메라는 지금 전 세계 관객이 가장 절실하게 마주해야 할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설경구, 전도연, 조인성, 조여정이 빚어낸 경이로운 연기 앙상블은 이 윤리적 딜레마에 생생한 숨결을 불어넣었다.

자본의 외면 속에서 영진위 지원금을 반납해야 했던 쓰라린 위기를 딛고, 베니스 은사자상이라는 기적 같은 도약을 일궈낸 ‘가능한 사랑’. 이제 무대는 할리우드 돌비 극장으로 이어진다. 세계 최고 수준의 비평적 지지와 넷플릭스의 전폭적인 날개를 단 이창동의 시네마가 아카데미 무대에서 한국 영화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갈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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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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