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이 SF 걸작 ‘컨택트’ 연출을 고사한 비하인드 스토리

드니 빌뇌브 감독의 대표작이자 현존하는 최고의 SF 소설가 테드 창의 중편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Story of Your Life)’를 원작으로 한 영화 ‘컨택트’(원제: Arrival)가 사실은 한국의 봉준호 감독에게 먼저 연출 제안이 갔던 작품이라는 사실이 알려져 영화계의 이목을 끌었다.
제작비 7,000만 달러(한화 약 900억 원) 규모의 이 글로벌 프로젝트가 드니 빌뇌브 감독에게 넘어가기 전, 봉준호 감독과 할리우드 제작진 사이에 오갔던 구체적인 사연이 밝혀졌다.
영화 ‘설국열차’ 등을 통해 글로벌 무대에서 연출력을 인정받은 봉준호 감독은 할리우드 제작사로부터 ‘컨택트’의 메가폰을 잡아달라는 공식 제안을 받았다. 당시 제작진이 제시한 예산은 7,000만 달러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원작 소설의 깊이 있는 서사와 봉준호 감독 특유의 디테일한 연출력이 결합할 경우 새로운 차원의 SF 영화가 탄생할 것이라는 영화계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였다.

봉준호 감독이 최종적으로 감독직을 고사한 결정적인 이유는 ‘시나리오의 각색 방향’ 때문이었다.
당시 제작진이 봉준호 감독에게 전달한 에릭 하이저러의 각색 시나리오는 원작 소설에 비해 SF적인 장르적 재미나 외형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었다. 이를 검토한 봉준호 감독은 전달받은 시나리오가 원작이 가진 본연의 깊이와 철학적 메시지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봉준호 감독은 제작사에 “본인이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새로 각색하고 싶다”는 조건을 역제안했다. 그러나 이미 기획이 상당 부분 진행되었던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 및 제작사와의 조율 과정에서 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양측의 협상은 결렬되었다.

봉준호 감독과의 협상이 결렬된 이후, 메가폰은 캐나다 출신의 거장 드니 빌뇌브 감독에게 돌아갔다. 드니 빌뇌브는 시나리오를 재정비하여 외계 생명체 ‘헵타포드’의 언어를 해독해 나가는 언어학자 루이스(에이미 애덤스 분)의 내면과 시간의 순환이라는 철학적 주제를 완벽하게 시각화했다.
2016년 개봉한 ‘컨택트’는 전 세계 평단과 관객의 극찬을 받으며 총 2억 3,4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17년 제8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색상, 촬영상 등 총 8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으며, 음향편집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만약 봉준호 감독이 특유의 세밀한 인간 군상에 대한 묘사와 날카로운 시선으로 이 작품을 재각색해 연출했다면 또 하나의 전혀 다른 매력을 지닌 SF 마스터피스가 탄생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 비하인드 스토리는 여전히 영화 팬들 사이에서 흥미로운 가상 시나리오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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