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신작 영화 ‘오디세이’가 흥행과 비평 양면에서 주목받는 가운데, 원작 고전 속 가장 유명한 장면이 영화화 과정에서 과감히 수정·삭제된 배경이 알려져 영화 팬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노바디’라고 속인 오디세우스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서 가장 상징적인 대목 중 하나는 주인공 오디세우스가 포세이돈의 아들이자 외눈박이 거인인 폴리페모스를 지략으로 물리치는 일화다.

원작 속 오디세우스는 거인에게 자신의 이름을 ‘아무도 아닌 자(고대 그리스어 Outis / 영어 Nobody)’라고 속인다.
이후 눈을 찔린 거인이 동족들에게 “아무도 나를 해친다”는 취지로 비명을 지르자, 다른 거인들은 이를 공격자가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여 그를 돕지 않는다.
탈출한 오디세우스가 자신의 정체를 밝히면서 폴리페모스가 아버지 포세이돈에게 복수를 요청하고, 이후 오디세우스의 귀환 여정에 포세이돈의 분노가 이어지는 것이 원작의 중요한 구조다.
놀란이 삭제한 언어유희
하지만 놀란 감독의 영화에서는 이 상징적인 장면이 크게 바뀌었다. 영화 속 오디세우스는 폴리페모스와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동료의 죽음과 관련된 투구를 보고 격분하고, 이후 거인에게 화살을 쏜다.

원작에서 오디세우스의 지략을 상징했던 ‘아무도’라는 언어유희 대신, 영화에서는 동료를 잃은 오디세우스의 감정적 반응이 갈등을 확대하는 계기로 활용됐다.
놀란 감독은 영화 개봉 후 인터뷰에서 이 장면을 바꾼 이유를 직접 설명했다. 그는 ‘아무도’라는 설정에 대해 “언어유희”라며 번역 과정에서 이런 말장난을 살리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장면을 영화에 넣으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자연스럽게 구현할 수 없었다는 취지로 밝혔다.

원작에서 사용된 ‘Outis’는 고대 그리스어로 ‘아무도’라는 뜻이다. 오디세우스가 이를 자신의 이름처럼 사용해 상대방이 말을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 이 장면의 핵심이다.
이를 현대 영어 대사로 옮기면서 원작과 같은 의미와 효과를 살리기 어렵다는 점이 영화적 각색의 배경이 된 셈이다.

지략 대신 감정으로 바뀐 오디세우스
이 같은 변경은 단순히 대사 하나를 삭제한 것 이상의 차이를 만든다. 원작에서 오디세우스는 뛰어난 꾀와 지략으로 위기를 벗어나지만,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면서 폴리페모스의 분노를 사게 된다.
반면 영화에서는 동료의 죽음에 대한 오디세우스의 반응과 행동이 폴리페모스와의 갈등을 이어가는 중요한 장치로 재구성됐다. 고전 속 오디세우스의 지략과 오만함을 보여주던 장면이 영화에서는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것이다.

고전 서사를 현대 영화로 옮기는 과정에서 원작의 상징적인 장면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각색한 놀란 감독의 선택은 개봉 이후에도 영화 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아무도’라는 짧은 언어유희 하나가 사라지면서 오디세우스와 폴리페모스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식까지 달라졌다는 점에서, 원작과 영화를 비교해 보는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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