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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20대 여성들이 이불 속에서 숨죽여 본 한국 레전드 드라마의 정체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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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북한 내부에서 남한 문화 콘텐츠가 암암리에 유통되며 주민들의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낯선 뉴스가 아니다.

이동식 저장장치(USB)와 CD 등을 통해 국경을 넘은 K-콘텐츠는 강력한 단속과 통제 속에서도 북한 주민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출처: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그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탈북민들이 이구동성으로 인생 최고의 작품이자 가장 인지도가 높은 드라마로 꼽는 전설적인 비공식 히트작이 존재한다.

바로 2003년 남한에서 방영되어 최고 시청률 40%를 돌파했던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이다. 당시 북한 청년층, 특히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이 드라마의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출처: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주연 배우 권상우의 애절한 연기와 최지우의 눈물 연기는 북한 주민들의 감수성을 자극했다.

“드라마 속 권상우를 동경해 탈북을 결심했다”는 증언이 나올 정도로 단순한 시청을 넘어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출처: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신현준이 외친 “너 나 좋아? 싫어?” 같은 명대사가 북한 전역에서 유행어로 번졌고, 사랑을 쟁취하는 남한식 로맨스 서사는 가부장적이고 경직된 북한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북한 당국이 한국 영상물 유입을 막기 위해 무거운 형벌을 내리는 등 사법 통제를 극도로 강화했음에도, 한 번 빠져들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남한 드라마의 중독성을 꺾지는 못했다.

출처: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이처럼 ‘천국의 계단’이 국경을 넘어 북한 전역을 뒤흔들 수 있었던 것은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인간 보편의 감정을 건드렸기 때문이다.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 그리고 지독한 순애보로 이어지는 극적인 서사는 폐쇄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억눌려 있던 북한 주민들의 감정을 해방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다.

출처: SBS 드라마 ‘천국의 계단’

혹독한 감시망을 피해 이불을 뒤집어쓰고 숨죽여 보던 이 절절한 로맨스는 단순한 유흥을 넘어 남한 사회의 자유로운 삶을 동경하게 만드는 창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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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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