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날까지도 홍콩 누아르의 전설로 추앙받는 영화 ‘영웅본색’ 시리즈에는 팬들조차 혀를 내두르는 황당한 설정이 하나 존재한다.
바로 1편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완벽하게 사망한 주인공 마크(주윤발)가 2편에서 미국 뉴욕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쌍둥이 동생 ‘켄’이라는 인물로 버젓이 부활해 복수극을 펼치는 장면이다.

얼핏 보면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이 무리수 설정의 이면에는, 당시 홍콩 영화 황금기를 이끌던 두 거장의 치열한 갈등과 상업적 압박이라는 숨겨진 비화가 있었다.
본래 ‘영웅본색 1′(1986)의 메가폰을 잡았던 오우삼 감독은 영화의 깔끔한 결말로 인해 서사가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속편 제작을 강하게 반대했으나, 영화가 아시아 전역에서 초대박을 터뜨리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극 중 주윤발의 압도적인 존재감에 매료된 팬들과 투자자들은 “주윤발을 어떻게든 살려내라”며 엄청난 성원을 보냈다.

1편의 기록적인 흥행 수익을 놓칠 수 없었던 제작자 서극은 당시 계약 관계로 묶여 있던 오우삼 감독을 강하게 압박했고, 결국 원치 않는 메가폰을 억지로 쥐게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두 거장의 의견 대립은 훗날 이들의 사이가 돌이킬 수 없이 틀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

우여곡절 끝에 제작에 돌입했으나, 이미 죽은 주윤발을 다시 극의 중심에 세우기 위해 시나리오는 억지스러운 설정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제작진은 관객들을 설득하기 위해 극 중 ‘마크의 영웅담을 그리는 만화가’라는 뜬금없는 캐릭터를 투입해 전편과 속편의 세계관을 억지로 연결하는 연결 고리를 만들기도 했다.

인과관계와 개연성을 중요시하는 현대 영화의 기준으로 보면 명백한 설정의 구멍이자 시나리오의 한계였다. 그러나 영화가 개봉하자 평단과 관객의 우려는 단숨에 불식되었다.

극 중 공중전화 부스에서 공중으로 전화를 걸며 비장한 죽음을 맞이하는 아걸(장국영)의 모습과, 형의 피 묻은 바바리코트를 이어 입고 펼쳐지는 후반부 8분간의 대저택 총격전은 전 아시아 관객들을 다시 한번 열광하게 만들었다.

오우삼 감독 특유의 탐미주의적 액션 연출과 배우들의 압도적인 스타성은 서사의 부실함을 완전히 압도했다. 결국 ‘영웅본색 2’는 전편 못지않은 초대박을 터뜨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치명적인 설정의 오류마저 특유의 세련된 미장센과 ‘낭만’이라는 감성 하나로 집어삼키던 시절, 투박하지만 뜨거웠던 그 시절이 바로 홍콩 영화의 진짜 황금기였음을 ‘영웅본색 2’의 탄생 비화는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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