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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명작이될 한국 드라마가 온다…최민식,최현욱의 ‘맨 끝줄 소년’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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훔쳐보는 자의 펜, 받아적는 자의 욕망: 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이 던지는 텍스트의 서스펜스

출처:넷플릭스

스페인을 대표하는 천재 극작가 후안 마요르가의 희곡 <맨 끝줄 소년>이 한국의 영상 문법을 입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재탄생한다. 이미 프랑수아 오종 감독의 영화 <인 더 하우스>(2012)로 변주되며 전 세계 시네필들에게 강렬한 이정표를 남겼던 이 매혹적인 텍스트가, 이번에는 6부작의 스릴러 드라마 형식을 빌려 시청자들의 심리를 파고들 준비를 마쳤다.

원작이 가진 겹겹의 플롯과 창작자-소비자 간의 은밀한 전복 관계는 한국 드라마의 거장 김규태 연출, 장명우 각본의 손을 거쳐 어떻게 스크린 위에 구현되었을까. 공개를 앞둔 이 논쟁적인 신작의 맥박을 짚어본다.

관찰과 창작, 그 금기된 경계의 미로

출처:넷플릭스

드라마의 서사는 극단적인 열패감과 서늘한 천재성의 충돌에서 출발한다. 실패한 작가이자 대학 국문학과 교수인 허문오(최민식)는 학생들의 무미건조하고 얄팍한 리포트를 채점하며 지독한 염세주의에 빠져 있다. 문학의 죽음을 예감하던 그 순간, 강의실 맨 끝줄에 앉아 존재감 없이 풍경을 응시하던 소년 이강(최현욱)의 작문 과제가 그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강의 글은 단순한 수필이 아니었다. 같은 반 친구인 세윤(이진우)의 평범한 중산층 가정에 침투해, 그들의 일상과 숨겨진 공기를 집요하게 관찰하고 묘사한 은밀한 기록이다. 글의 말미에 항상 붙는 “다음 호에 계속”이라는 문구는 허문오의 굳어있던 창작욕과 관음적 욕망을 동시에 자극한다. 허문오는 이강의 천재성을 확장해 주겠다는 명목으로 비밀스러운 개인 수업을 시작하지만, 이는 결국 소년의 펜 끝이 유도하는 위험한 현실 조작의 서막일 뿐이다.

세대와 계급을 관통하는 인물들의 팽팽한 불협화음

출처:넷플릭스

이 은밀한 연극을 완성하는 것은 인물들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긴장감과 계급적 대비다. 실패한 작가로서의 열패감 속에서 소년의 글을 통해 대리 만족과 기만적인 문학적 집착을 품는 교수 허문오는 배우 최민식의 압도적인 존재감을 통해 생명력을 얻는다. 그의 맞은편에서 강의실 맨 끝줄에 앉아 타인의 삶을 관찰하고 서늘한 이면을 드러내는 미스터리한 소년 이강 역은 최현욱이 맡아 세대를 뛰어넘는 기싸움을 벌인다.

여기에 이강이 관찰하는 대상이자 서사의 중심축이 되는 중산층 가정의 붕괴 과정도 완벽한 진용을 갖췄다. 배우 허준호가 완벽해 보이지만 내면에 균열을 품고 있는 가장 김수훈으로 분해 극의 무게감을 더하고, 김윤진이 이강의 글 속에서 묘사되는 중산층 여성의 전형이자 소년의 주된 관찰 대상인 아내 안은주 역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린다. 더불어 허문오의 아내 조현숙 역의 진경은 남편의 기만적인 집착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하고 경고하며 서사의 현실적 균형을 잡는 인물로 활약한다.

텍스트의 권력, 그리고 메타 픽션의 매혹

출처:넷플릭스

<맨 끝줄 소년>을 관통하는 가장 거대한 핵심은 ‘액자식 구성’과 ‘메타 픽션(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기법)’의 정교한 매혹이다. 극 중 이강이 써 내려가는 글은 스크린을 통해 시청자에게 실시간으로 시각화된다. 여기서 시청자는 독특한 딜레마에 착지하게 된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장면이 과연 이강이 목격한 ‘사실’인가, 아니면 허문오의 피드백을 받아 더 자극적으로 변주된 ‘허구’인가.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소년은 더 매력적인 다음 챕터를 쓰기 위해 관찰 대상의 삶에 의도적으로 개입하고, 현실의 파멸을 유도한다. 문학적 성취라는 핑계 뒤에 숨어 이를 묵인하고 부추기던 허문오는 어느덧 창작의 주도권을 소년에게 빼앗긴 채, 그가 파놓은 함정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보는 자와 보이는 자, 지시하는 자와 조종하는 자의 권력 관계가 완전히 뒤바뀌는 서스펜스는 이 작품이 가진 최고의 감상 포인트다.

출처:넷플릭스

맨 끝줄은 아무도 자신을 볼 수 없지만, 자신은 모든 사람을 볼 수 있는 자리다. 원작 희곡을 관통하는 이 명제는 넷플릭스라는 거대한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화면 너머의 시청자에게 그대로 전이된다. 타인의 삶을 훔쳐보는 즐거움에 중독된 현대의 ‘스크린 관찰자’들에게, 이 시리즈는 창작과 소비라는 행위가 가진 근원적인 위험성을 서늘하게 경고한다.

스크린 위로 펼쳐지는 촘촘한 심리적 스릴과 밀도 높은 배우들의 앙상블은, 올여름 웰메이드 서스펜스를 기다려온 이들에게 오랫동안 곱씹을 텍스트적 유희를 선사할 것이다.

맨 끝줄 소년 | 공식 예고편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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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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