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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못받아도 괜찮아…나홍진의 ‘호프’ 돈도 벌고 글로벌 화제성도 챙기다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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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흔든 나홍진의 ‘호프’, 수상 불발에도 ‘전 세계 200개국 완판’… 화제성·실리 모두 잡았다

출처: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제79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나홍진 감독의 신작 영화 ‘호프'(HOPE)가 아쉽게 수상작으로 호명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현지 필름마켓에서의 폭발적인 성과와 압도적인 화제성을 바탕으로 실리와 글로벌 흥행 전망을 동시에 챙기며 올여름 극장가의 최대 기대작임을 증명했다.

동시에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불거진 한 외신 기자의 몰지각한 발언은 아시아 영화와 유색인종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서구 평단의 해묵은 악습과 인종차별적 시선을 여과 없이 드러내며 짙은 아쉬움을 남겼다.

전 세계 200여 개국 선판매 완료… 한국 영화 최고 수준 단가로 ‘완판’

출처: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 ‘호프’는 이번 칸 영화제 기간 중 진행된 필름마켓에서 전 세계 200여 개국에 판권을 판매하며 사실상 ‘완판’을 기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 판권 계약의 규모와 판매 단가는 한국 영화 역사상 최고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글로벌 영화 시장의 흥행 바로미터이자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북미 지역 배급은 대형 배급사 ‘네온(NEON)’이 맡았다. 네온은 앞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 등을 북미 시장에서 흥행시킨 저력 있는 배급사다. 현지 마켓 관계자들은 ‘호프’가 단순한 장르 영화를 넘어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프리미엄 블록버스터’로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 같은 파격적인 조건의 계약이 성립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잠든 칸을 깨웠다” 극찬과 혹평 사이, 영화제 최고 화제작 등극

‘호프’의 출연진인 테일러 러셀 (출처: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상영 이후 현지 언론과 평단의 반응은 뜨겁게 엇갈렸으나, 화제성만큼은 단연 이번 영화제 최고였다. 패션지 보그 프랑스는 ‘호프’에 대해 “올해 칸 영화제 최대의 충격”이라며 “거의 3시간에 걸쳐 펼쳐지는 이 영화는 잠들어 있던 칸 영화제를 깨워놓았고, 경쟁 부문의 다른 작품들보다 훨씬 우위에 서 있다”고 극찬을 보냈다. 미국 매체 할리우드리포터 역시 “한국 액션 영화 거장 나홍진의 박진감 넘치는 SF 괴수 영화는 컬트 클래식이 될 자질을 모두 갖췄다”고 호평했다.

주연 배우들의 연기력에 대해서도 찬사가 이어졌다. 배우 황정민은 외계 존재가 등장하기 전까지 극 전체의 팽팽한 긴장감을 홀로 이끌고 가는 포호항 출장소장 ‘범석’ 역을 맡아 극의 중심을 단단히 잡았고, 조인성은 승마와 총격을 결합한 고난도 액션을 직접 소화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만 일부 외신에서 후반부 CGI(컴퓨터 그래픽)와 결말의 각본을 두고 혹평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이 또한 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의 반증이라는 평이다.

주인공들에게 “누구세요?”… 칸 공식 기자회견서 드러난 서구 평단의 인종차별

영화 ‘호프’의 출연진과 나홍진 감독(출처: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영화의 높은 완성도와 흥행 전망에도 불구하고, 공식 행사에서 발생한 서구 언론의 무례한 태도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지난 18일 진행된 ‘호프’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한 외신 기자는 자신의 이름과 소속을 밝히지 않은 채, 단상에 앉은 할리우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와 알리시아 비칸데르만을 지칭하며 “안녕, 마이클. 안녕, 알리시아. 나머지 다른 분들은 잘 모르겠다(Hi, Michael. Hi, Alicia. Um, I don’t know the rest of you)”라고 질문을 시작했다.

당시 단상에는 두 백인 배우 외에도 나홍진 감독을 비롯해 한국의 대표 배우 황정민, 조인성, 그리고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 인지도를 쌓은 정호연과 할리우드 영화 ‘본즈 앤 올’의 주연으로 활약한 흑인 혼혈 배우 테일러 러셀이 함께 앉아 있었다. 기자가 이름을 부른 두 사람을 제외한 ‘나머지 다른 분들’은 모두 아시아인과 유색인종 배우들이었던 셈이다.

이 기자는 이어 실제 부부 관계인 패스벤더와 비칸데르를 향해 “두 배우를 한 명의 출연료로 섭외할 수 있어서 캐스팅한 것이냐. 부부 패키지 같은 것이었는지 궁금하다”는 사적인 조롱성 질문을 던졌고, 나홍진 감독의 이름조차 부르지 않은 채 “감독이 답해줄 수 있다면”이라며 마이크를 넘겼다.

질문이 나오는 순간 정호연과 테일러 러셀이 황당함에 서로를 바라보았고, 황정민과 조인성의 표정도 굳어지는 등 현장 분위기는 순식간에 싸늘해졌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유색인종 아티스트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한 명백한 인종차별이자 문화적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무례한 태도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시선의 위계를 넘어… 올여름 극장가 정조준

(왼쪽부터) 알리시안 비칸데르, 마이클 패스벤더 (출처: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세계적인 거장 봉준호, 박찬욱 감독 등의 활약으로 한국 영화의 위상이 최고조에 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서구 중심의 평단과 일부 언론이 아시아 영화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전히 공고한 ‘위계’와 악습이 존재함을 이번 사태가 다시 한번 증명했다.

비록 칸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고 서구의 몰지각한 텃세에 직면하기도 했으나, 나홍진 감독의 독창적인 세계관과 배우들의 압도적인 열연은 전 세계 200여 개국 바이어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다. 전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에 선 ‘호프’는 올여름 국내외 극장가에 본격적인 흥행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호프] 인터내셔널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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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최재필 기자
damovie20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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