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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4’ 꺾고 북미 흥행 2위…나홍진 ‘호프’ 최종 3000만불 넘을듯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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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이더맨’ 꺾은 1500개관 승부수…나홍진 ‘호프’ 북미 최종 3000만불 넘길까

출처: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한국 영화 역사상 가장 도전적인 프로젝트로 꼽히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HOPE)’가 세계 최대 영화 시장인 북미 대륙에서 기대 이상의 포문을 열며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현지 배급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월 9일 북미 전역 1,560개 스크린에서 일제히 개봉한 ‘호프’는 오프닝 데이 하루 동안 약 110만 달러(한화 약 15억 원)의 박스오피스 매출을 기록하며 단숨에 일일 박스오피스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단순한 순위 진입보다 업계를 더 충격에 빠뜨린 대목은 경쟁작과의 비교 지표다. 같은 날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던 마블의 대형 텐트폴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3,520개 스크린에서 1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스크린 수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비영어권 아시아 영화가 북미 박스오피스를 호령하던 슈퍼히어로 프랜차이즈를 극장당 매출(Theater Average)은 물론 절대적인 하루 매출 규모에서조차 제친 것이다.

‘기생충’ 이후 최대 규모…와이드 릴리스의 정면 승부

출처: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이번 ‘호프’의 북미 진출은 초기 배급 전략부터 일반적인 한국 영화의 행보와 완전히 궤를 달리했다. 통상 비영어권 외화들이 뉴욕과 LA 등 소수 거점 도시 아트하우스 극장에서 소규모(플랫폼 릴리스)로 시작해 입소문을 타며 상영관을 늘려가는 방식을 택하는 반면, ‘호프’는 첫 주부터 1,500개 이상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준와이드 릴리스(Wide Release) 전략을 밀어붙였다. 이는 2019년 아카데미 4관왕의 신화를 썼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이후 북미에 걸린 한국어 영화로서는 단연 최대 규모의 배급망이다.

이러한 공격적인 배급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메가폰을 잡은 나홍진 감독의 글로벌 작가주의적 위상과 마이클 패스벤더, 알리시아 비칸데르 등 할리우드 최정상급 A급 배우들의 주연 합류, 그리고 현지 배급 파트너의 과감한 베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한국적인 토속 스릴러와 거대한 SF 크리처 장르의 결합이라는 전례 없는 콘셉트가 북미 장르 영화 팬덤과 시네필들의 호기심을 정확히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앞서 ‘호프’는 지난 7월 국내 극장가에 등판해 누적 관객 450만 명을 동원하며 여름 성수기를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압도적인 비주얼과 긴장감에 찬사를 보낸 층과 난해하고 불친절한 서사 전개에 피로감을 호소한 대중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며, 700만 안팎으로 추산되던 순수 국내 손익분기점(BEP)의 벽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막대한 제작비가 투입된 대작인 만큼 국내 흥행 부진은 뼈아픈 타격이었으나, 나홍진 감독의 시선은 애초부터 글로벌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었음을 이번 북미 개봉 첫날 성적이 증명해 보였다.

현지 반응과 언론의 냉정한 시선: 호러 팬덤 열광 vs 대중성 시험대

출처: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그렇다면 첫날의 깜짝 반란이 지속적인 롱런 흥행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북미 현지의 실제 반응과 주요 외신의 평가는 기대와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인디와이어(IndieWire), 버라이어티(Variety), 할리우드 리포터(The Hollywood Reporter) 등 영미권 주요 매체들은 대체로 나홍진 감독의 비타협적인 연출과 시각적 충격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고 있다. “인간 내면의 고립감과 원초적 공포를 SF적 문법으로 해체한 대담한 걸작”, “기존 할리우드 외계인 침공 영화의 클리셰를 완전히 조각낸 충격적인 영화적 체험”이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특히 북미 내 확고한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호러·스릴러 장르 애호가들과 아시아 장르 시네필 커뮤니티(레딧, 레터박스 등)에서는 첫날부터 폭발적인 담론이 형성되며 극찬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로튼토마토(Rotten Tomatoes)와 시네마스코어(CinemaScore) 등 대중 관객 지표를 좌우하는 영역에서는 냉정한 현실도 감지된다. 평론가 신선도 지수는 80%대 중후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일반 관람객 팝콘 지수는 60%대 초반에 머물러 있다. 북미 관객들 역시 국내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모호한 결말과 묵직하다 못해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어두운 톤앤매너에 호불호가 크게 갈리고 있는 셈이다. 이는 대중적인 입소문 확산이 필요한 와이드 릴리스 영화에 있어 장기적인 드롭률(관객 감소율) 관리의 위험 요소로 꼽힌다.

주말 박스오피스 1위 가능성과 향후 쟁쟁한 라이벌들의 공습

출처: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현실적으로 이번 첫 주말 ‘호프’가 북미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할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첫날 일일 스코어에서 장기 상영 막바지에 접어든 ‘스파이더맨’을 제친 것은 상징적인 이변이지만, 목요일 프리뷰 효과가 개봉일 성적에 반영되는 북미 시스템 특성상 첫날 매출에는 골수 코어 팬덤의 사전 예매량이 집중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말을 앞두고 가족 단위 관객과 1020 관객을 흡수하는 메이저 스튜디오들의 신작 공세가 만만치 않다. 블룸하우스의 신작 심리 호러와 디즈니·워너 브라더스의 중형급 신작들이 대규모 스크린을 확보한 채 쏟아져 나오는 9월 중하순 라인업은 ‘호프’의 추가 스크린 확장에 직접적인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특히 10월 초로 예정된 초대형 텐트폴과 프랜차이즈 속편들의 등판은 스크린 유지력에 한계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호프’가 R등급(청소년 관람불가에 준하는 관람 제한) 성향의 하드보일드한 연출을 지닌 만큼, 대중 전반으로 관객층을 무한정 확장하기에는 태생적인 장르적 한계선이 분명하다.

정밀 분석: ‘호프’의 최종 북미 흥행 수익과 남겨진 의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프’의 북미 흥행은 한국 영화 해외 진출 역사에 기념비적인 분기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개봉 첫날 110만 달러를 달성한 추세를 감안할 때, 개봉 첫 주말 3일간(금~일)의 오프닝 스코어는 약 350만 달러에서 420만 달러(한화 약 47억~57억 원) 선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과거 북미에서 개봉했던 역대 한국어 실사 영화 오프닝 중 최상위권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이후의 낙폭을 보수적으로 산정하더라도 희망적인 계산이 나온다. 호불호 갈리는 평가로 인해 2주 차 이후 드롭률이 일반적인 장르 외화 수준인 50~55% 안팎으로 다소 가파르게 떨어진다고 가정할 때, ‘호프’의 북미 최종 누적 극장 박스오피스 매출은 최소 1,500만 달러에서 입소문이 마니아층을 넘어 확장될 경우 최대 2,500만~3,000만 달러(한화 약 340억~410억 원) 선에 안착할 것으로 정밀 분석된다.

만약 최종 스코어가 2,000만 달러 선을 돌파한다면, 이는 ‘기생충'(북미 최종 약 5,336만 달러)에 이어 역대 북미 개봉 한국 실사 영화 흥행 순위 2위에 직행하는 경이로운 기록이 된다. 단순 환산 극장 수익 외에도 북미 극장 흥행은 애플TV+, 아마존 등 글로벌 OTT 및 북미 2차 판권 시장에서의 라이선스 단가를 수배 이상 폭등시키는 강력한 지렛대 역할을 한다.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남겼던 수백억 원대의 제작비 적자 리스크를 북미 극장 매출과 글로벌 판권 판매만으로 단번에 만회하고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는 현실적인 탈출구가 열린 것이다.

결국 ‘호프’가 북미 첫날 보여준 110만 달러의 성과는 한국 상업영화가 굳이 할리우드의 관습적 서사 문법에 타협하지 않고도, 고유의 작가주의적 색채와 글로벌 스타 캐스팅을 결합해 전 세계 최대 극장망에서 독자적인 파괴력을 발휘할 수 있음을 증명한 중대한 사건이다. ‘스파이더맨’을 잠시나마 따돌린 이 변칙적인 역주행이 향후 북미 가을 박스오피스 판도 속에서 최종적으로 어떤 숫자의 신화를 써 내려갈지 전 세계 영화 산업 관계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호프] 북미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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