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룸’ 리뷰: 유튜브를 뒤흔들던 공포 영화의 극장판…이 바닥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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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백룸’ 리뷰: 단편의 경이로운 미장센, 장편의 무기력한 서사로 겉돌다

유튜브를 뒤흔들었던 17세 천재 창작자 케인 파슨스의 크리피파스타(인터넷 괴담) ‘백룸(The Backrooms)’이 할리우드 신흥 명가 A24를 만나 장편 영화로 재탄생했다. 원작자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추이텔 에지오포와 레나테 레인스베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합류했다는 소식은 전 세계 호러 팬들의 심장을 뛰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1990년대 실리콘밸리 외곽의 가구점 지하를 배경으로 무한한 미로 공간에 갇히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번 영화는 분명 영리한 설정과 압도적인 분위기로 초반 관객을 매료시킨다. 하지만 단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110분이라는 장편의 스케일로 확장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서사적 빈곤함은 숨기지 못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혹적인 비주얼에 비해 알맹이가 턱없이 부족한 아쉬운 결과물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단연 분위기 있는 연출과 독창적인 공간이 주는 시각적 압박감이다. 케인 파슨스 감독은 자신이 유튜브에서 보여주었던 ‘임계 공간(Liminal Space)’의 공포를 스크린 위에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끝없이 이어지는 기괴한 노란색 벽면과 격자무늬 천장, 그리고 고막을 짓누르는 특유의 형광등 소음은 관객에게 기묘한 폐쇄공포증을 선사한다.
가구점 지하라는 설정을 영리하게 활용하여 현실을 어설프게 모방하고 비틀어낸 백룸의 구조적 기믹도 훌륭하다. 제작사 A24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실물 세트와 디지털 기술이 정교하게 결합되었으며, 미장센 그 자체만으로도 장르적 쾌감을 안기는 구간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나 영화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연출의 매력은 급격히 힘을 잃는다. 뚜렷한 플롯의 줄기 없이 미로 속을 배회하는 인물들의 동선이 반복되면서, 초반의 긴장감은 지루함으로 변질된다. 무엇보다 가장 큰 패착은 영화 곳곳에 흩뿌려진 상징성들이 서사와 유기적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공중분해 된다는 점이다. 주인공 클락(추이텔 에지오포)의 내면적 상처나 심리치료사 메리(레나테 레인스베)의 과거 기억을 시각적 은유로 공간 속에 녹여내려 시도하지만, 이는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기는커녕 서사의 흐름을 끊는 무의미한 나열에 그치고 만다. 해외 주요 매체들 역시 “분위기는 압도적이지만 서사가 지나치게 덜 익었다”라며 은유의 과잉과 각본의 밀도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백룸’은 짧은 영상 속에서 빛나던 기발한 아이디어를 장편 서사극의 구조로 견고하게 빌드업하는 데 실패한 전형적인 사례로 남을 듯하다. 엔티티(괴생명체)가 주는 말초적인 점프 스케어와 감각적인 사운드로 포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중심축이 되어야 할 플롯이 무너지니 영화 전체가 맥없이 흔들린다. 공간이 주는 서늘한 미학적 성취에는 박수를 보낼 수 있겠으나, 알맹이 없는 상징들의 파편을 견뎌내기엔 관객이 치러야 할 서사적 피로감이 너무 크다.
최종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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