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관객에게는 익숙한 회식 자리 풍경이 해외 영화제에서는 객석의 환호와 박수를 이끌어낸 명장면으로 둔갑했다. 류승완 감독의 대표작 ‘부당거래'(2010) 속 배우 천호진의 ‘폭탄주 제조’ 장면이 그 주인공이다.
베를린 영화제 달군 뜻밖의 명장면
2011년 제61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부문에 공식 초청된 ‘부당거래’는 현지 상영 당시 독특한 지점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극 중 경찰청 강 국장 역을 맡은 천호진이 부하 직원 최철기(황정민 분)와 독대하며 소주와 맥주를 섞어 폭탄주를 만드는 장면이었다.
천호진은 맥주병 입구를 손가락으로 막은 채 능숙하게 흔들어 거품을 뿜어내며 잔을 채우는 특유의 한국식 ‘회식 기술’을 선보였다.

한국 관객에게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모습이었으나, 한국 특유의 주류 문화를 접해보지 못한 서구권 관객들의 눈에는 전혀 다른 광경으로 다가왔다.
상영관 내 외신 기자들과 현지 관객들은 맥주병에서 거품이 시원하게 솟구쳐 오르는 순간 마치 현란한 바텐더의 묘기나 마술쇼를 본 것처럼 일제히 폭소와 환호성을 터뜨리며 박수를 보냈다.
류승완 감독 역시 당시 국내 매체 인터뷰를 통해 “해외 관객들이 폭탄주 제조 장면에 그토록 열광할 줄은 몰랐다”며 상영관을 가득 메웠던 이색적인 반응을 전한 바 있다.
거품 뿜어져 나온 돌발 상황…베테랑 천호진의 연기로 ‘명장면’ 등극
이 장면 뒤에는 흥미로운 촬영 비하인드도 숨어 있다. 해당 씬은 대본에 구체적인 동작 지문이 적혀 있던 것이 아니라, 천호진의 자연스러운 애드리브와 숙련된 손놀림으로 완성됐다.

촬영 당시 예상보다 맥주 거품이 훨씬 거세게 뿜어져 나오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으나, 천호진은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태연하게 연기를 이어갔다.
자칫 NG로 처리되어 잘려 나갈 뻔한 순간이었지만, 강 국장 캐릭터 특유의 묵직한 카리스마와 현장의 생생한 긴장감이 완벽히 맞아떨어지면서 최종 편집본에 그대로 수록됐다.
감독의 감각적인 연출 판단과 베테랑 배우의 노련한 대처가 결합해 탄생한 ‘돌발 명장면’이 국내를 넘어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까지 완벽히 사로잡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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