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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캔들’ 지창욱 “비교는 숙명… 파격 노출과 혹평도 후회 없다”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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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넷플릭스 ‘스캔들’ 지창욱 배우를 만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캔들’은 프랑스 서간문학의 백미 ‘위험한 관계’와 2003년 한국 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동명의 명작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를 정지우 감독 특유의 내밀하고 집요한 시선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엄격한 유교적 규율이 지배하던 조선 후기를 배경으로, 사대부가의 은밀한 위선과 금기된 욕망, 그리고 치명적인 사랑의 유희가 빚어내는 파멸의 궤적을 서늘하게 추적한다.

그 격정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서 배우 지창욱은 조선 최고의 풍운아이자 바람둥이 ‘조원’ 역을 맡아 배우 인생의 가장 과감하고 파격적인 변신을 감행했다. 원작 영화 속 배용준이 구축했던 범접하기 어려운 상징성을 딛고 서야 한다는 거대한 부담감 속에서도, 그는 30대 후반의 농익은 에너지와 섬세한 결을 덧입혀 자신만의 ‘조원’을 온전히 길어 올렸다.

극 중 조원은 단순히 여심을 희롱하는 난봉꾼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을 지배하고 조종하려는 옛 정인 조씨 부인(손예진 분)을 향한 애증과 결핍, 그리고 순결과 정절의 상징인 숙부인 희연(나나 분)을 정복하려다 되려 스스로 파멸의 늪에 빠져드는 흔들리는 영혼이다. 지창욱은 눈빛의 찰나와 호흡의 굴곡을 통해 사랑과 정복욕, 두려움이 뒤섞인 복합적인 인간의 심연을 날것 그대로 스크린에 새겼다.

화려한 액션 히어로의 외피를 벗고, 감정의 밑바닥까지 스스로를 내던진 배우 지창욱을 만났다. 혹평과 호평이 교차하는 세간의 시선 앞에서도 “이 나이에 도전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했던 작품”이라며 덤덤하게 미소 짓는 그에게서 ‘스캔들’의 치열했던 여정과 연기론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스캔들’이 전 세계에 공개되었다. 작품을 본 소감은 어떤가?

인적으로는 내 작품이지만 정말 흥미진진하게 잘 봤다. 사실 배우 인생에서 꼭 한 번쯤 해보고 싶었던 결의 캐릭터 중 하나였다. 워낙 예전부터 영화나 소설 등 다양한 버전으로 변주되어 온 유명한 이야기라 고민과 걱정도 컸지만, ‘조원’이라는 입체적인 인물을 마주하면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훨씬 앞섰다

–피에르 쇼데를로 드 라클로의 소설 ‘위험한 관계’와 2003년 영화 ‘스캔들 – 조선남녀상열지사’를 원작으로 한다. 배용준이 연기했던 상징적인 캐릭터와의 비교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같은 인물을 연기하는 만큼 비교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직업을 택한 순간부터 누군가와 비교되고 평가받는 것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누가 누구보다 낫다’고 줄을 세우는 평가는 내게 큰 의미가 없다. 2003년 영화가 다시 영화로 리메이크되었다면 주저했을지 모르지만, 넷플릭스 시리즈로 확장되면서 인물의 전사와 서사가 훨씬 깊어졌다. 정지우 감독님만의 연출 세계 안에서 ‘지창욱만의 조원’을 성의껏 표현해내면 된다고 믿었다.

–지창욱이 해석한 ‘스캔들’ 속 조원은 어떤 인물이었나?

내게 ‘스캔들’의 출발점은 결국 ‘두 여자를 사랑한 남자’였다. 조원은 단순히 방탕한 한량이나 단순한 난봉꾼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이 어디로 향하는지조차 스스로 명확하게 정의 내리지 못하는, 지극히 복합적이고 흔들리는 인간이다. 현실의 인간관계와 사랑도 그렇지 않나. 상대가 좋았다가도 돌아서면 아닌 것 같고 모호하다. 그런 입체성과 모호함 자체가 조원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봤다.

-수위 높은데 조선시대 양반 어법에 맞춰 우아하게 재구성된 대사들을 연기했을떄의 소감은? 그게 이 작품의 감상 포인트이기도 했다.

맞다. 그래서 연기하는 내내 재미있었다. 사실 사극이라는 시대극 자체가 어떻게 보면 현대적이지 않다.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쓰지않는 언어를 쓰고있기 때문이다. 양반 복장을 입고 그런 대사를 연기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 재미있었다.(웃음) 그외에도 나나 배우가 연기한 희연이 처해진 상황과 이로인해 발생한 인간 관계와 성적인 대사는 현대에서 보기힘든 설정과 대사여서 연기하는 내내 흥미로웠고 재미있었다.

-정지우 감독이 현장에서 ‘모니터링 금지령’을 내렸다는 일화가 화제였다.

맞다. 모니터를 일절 보지 못하게 하셨다. 테이크를 수없이 가면서 어떤 방식으로 연기해도 감독님은 ‘좋다’고 하시고, 전혀 다른 톤으로 해도 또 ‘좋다’고 하셨다. 배우 입장에서는 정답을 알 수 없으니 무섭고 답답해서 고통스러울 지경이었다. 마치 눈을 꼭 감은 채 누군가의 손만 의지해 어두운 길을 걸어가는 기분이었다. 돌아보면 감독님은 조원의 흔들리는 마음을 배우가 미리 재단하거나 계산해서 흉내 내지 않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배우의 통제를 벗어난 날것의 순간을 끄집어내기 위한 영리하고 집요한 연출이었다.

-극의 중심축인 조씨 부인 역의 손예진 배우와의 연기 호흡은 어땠나?

손예진 선배님과의 첫 촬영이 바로 조씨 부인과의 첫 재회 장면이었다. 감독님이 일부러 가장 서먹하고 능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나오는 긴장감을 포착하려고 그 장면을 첫날 배치하신 것 같다. 손예진이라는 대선배와의 대립각이 팽팽하게 살아야 이 작품의 맛이 살아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선배님에게 지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굉장히 날카롭고 예민하게 준비했다. 촬영 현장 공기 자체가 숨이 턱 막힐 정도로 밀도가 높았다.

-시대극이자 파격적인 멜로인 만큼 과감한 노출과 베드신이 화제가 되었다. 선택에 망설임은 없었나?

노출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나 팬들의 반응에 대한 걱정 때문에 작품 선택을 주저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에서 노출은 ‘비주얼이 멋있다’거나 ‘몸이 예쁘다’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완전히 실패하는 부분이었다. 조원의 결핍과 방황, 인물들 사이의 치명적인 욕망을 표현하는 서사의 일부일 뿐이다. 조원의 몸이 조각처럼 다듬어진 근육질이었다면 오히려 이 쓸쓸하고 퇴폐적인 시대극의 톤앤매너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나와의 베드신 촬영 과정에서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베드신은 배우 모두에게 가장 예민하고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작업이다. 인위적으로 편안한 척을 하기보다는, 크랭크인 이후 서서히 신뢰와 유대감을 쌓아간 뒤 해당 장면들을 촬영 일정 후반부로 미뤄 진행했다. 카메라 앞에서는 감독님이 머릿속에 구상한 수위와 동선, 그리고 그 순간 교차하는 감정의 농도를 살려내는 데에만 집중했다.

-공개 직후 뜨거운 화제와 동시에 시청자들 사이에서 엇갈린 반응과 혹평도 공존하고 있다.

솔직히 내 작품이 혹평을 받는다는 것은 안타깝고 마음 아픈 일이다. 혹평을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대본을 읽었을 때부터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뉠 수밖에 없는 작품이라는 점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내 연기 인생에서 30대 후반이라는 이 나이에 과감하게 부딪쳐볼 만한 가치가 충분한 도전이었다. 스스로는 굉장히 만족스럽고, 혹평이 존재한다고 해서 내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작품의 순위나 대중의 평가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이며, 개인적으로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남았다.

-감독님께서 ’10분 롱테이크 촬영’을 진행했다고 하셨다. 꽤 힘든 롱테이크 장면이어서 연기자로서 남다른 소감과 고충이 있었을것 같다.

감독님께서 이번 촬영의 테이크를 길게 하고 싶으셨던것 같다. 한장면을 끝까지 이어서 하는 장면을 좋아하셨다. 그러다 보니 내가 촬영한 테이크를 보니 10분이 넘었다. 손예진 선배와 함께하는 장면이 많은데다가 테이크도 길어서 지치기도 했다. 그 장면을 촬영할때 마다 노은 집중력과 긴장도가 필요했다. 그럼에도 재미있었다. 롱테이크 촬영 덕분에 연극 연기를 하는 기분을 느꼈고, 이 때문에 내가 계산했던 것과 다른 즉흥 연기를 선보일수 있어서 흥미로었다. 그러한 계산밖의 행동이 나와서 배우로서 재미있었고 뿌듯했다

-청년 시절 회상 장면을 직접 연기하셨는데, CG 디에이징을 통해 배우님의 젊은 시절을 재연할수 있었다. 다시 어리게 표현된 내 연기 장면을 본 소감은?

사실 그 장면에서 나는 최대한 내가 20대 청년이라 생각하며 연기했다.(웃음) 그리고 나서 디에이징된 내 모습을 보니 ‘과학이 이렇게 발전했구나, 그러면 내가 나이를 먹어서도 어린시절 연기를 할수 있는 건가?”(웃음) 이런 생각을 했다. 감탄과 함께 무서움도 느껴져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차기작도 넷플릭스 작품이다. 그동안 한국 대표 여배우 분들(전도연, 전지현, 손예진)과 연기했다면, 차기작인 ‘보통사람들’에서는 하정우, 손석구 등 한국 대표 남자 배우들과 함께하신다.

맞다.(웃음) 사실 ‘보통사람들’은 온전히 팬심으로 결정한 작품이었다. 윤종빈 감독님의 신작이라는 점과 평소 함께하고 싶었던 하정우, 손석구 선배와 함께할수 있어서 그 제안이 왔을때 너무 좋았다. 사실 제안을 받았을때, 내가 할수 있을까 걱정이 컸는데, 시나리오를 읽어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무조건 하겠다고 했다. 정말 재미있게 촬영한 작품이라 기대해도 좋다.

스캔들 | 공식 예고편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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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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