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용산 CGV에서 영화 <내 이름은>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되었다. 현장에는 정지영 감독, 염혜란, 신우빈, 최준우, 박지빈 배우가 참석했다.
<내 이름은> 1998년 촌스러운 이름이 콤플렉스인 18세 영옥(신우빈)이 1949년 제주의 4,3 사건을 겪은 어머니 정순(염혜란)의 궤적을 교차하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다.
1만 명의 기적이 모인 영화
영화는 십시일반 뜻을 모아준 후원자 이름이 5분 동안 이어지는 엔딩크레딧이 인상적이다. 정지영 감독은 “텀블벅으로 1만 명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많은 관객이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운을 떼었다.
이어 “4.3 사건에 관심은 있었지만 다른 감독이 다뤄 줄 거라고 생각했다. 이미 <남부군>, <남영동 1985>에서 남북한의 이데올로기 문제를 거론해서 피하려고 했다. 제작사 대표가 건네준 시나리오에서 이름을 찾아가는 아이디어를 놓치고 싶지 않아 2년 동안 시나리오를 수정했고, 베를린 영화제에서 좋은 평가를 들었다. 제작자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연출 계기를 밝혔다.
정순의 개인사와 한국의 비극이 엇갈리는 특별한 구성에 대해서는 “1998년까지 금기시했던 분위기가 풀린지도 얼마 되지 않아 4.3 사건을 전면으로 다루기 어려웠다. 현시점부터 공론화된 1998년을 중심으로 1949년을 거슬러 올라가는 구성을 취하면 4.3 사건이 달리 느껴진다거나, 궁금해질 것 같았다”며 교차편집 의도를 밝혔다.
영옥이 겪는 학교 폭력과 정순이 겪은 국가 폭력이 다르지 않게 진행된다. 정 감독은 폭력을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를 소개했다.
그는 “폭력에 관한 책을 통해 국가 폭력의 메커니즘을 많이 알게 되었다. 학교 폭력과 국가 폭력이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평화로운 공동체에 외부인이 질서를 다시 잡으려고 할 때, 갈등이 시작되고 이는 집단 폭력으로 변질된다. 4.3의 끔찍한 폭력을 추적해서 느닷없이 보여주면 충격을 줄 것 같았다. 학교 폭력으로 완충 장치를 두면서도 세습화된 폭력과도 연결을 찾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4.3 사건의 폭력은 이름도 정하지 못한 채 진행 중이다. 1998년의 영옥은 우정을 찾아 폭력을 극복한다. 어떤 폭력이든 맞설 수 있는 에너지는 단 한 사람의 저항이 아닌, 공동으로 극복하려는 연대다”라고 덧붙였다.
역사의 비극 속 다양한 인물
염혜란은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에 이어 두 번째 제주 어멍을 맡아 비극을 마주하는 섬세한 연기를 펼쳤다. 캐릭터 표현에 대해 “두 캐릭터의 공통점은 질곡의 한국 역사를 온몸으로 겪어온 어머니다. 특히 정순이 겪은 커다란 아픔을 표현하기 어려워 감독님을 의지했다. 감독님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하셨고 아픔을 지닌 채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이 공감되었다”고 말했다.
정순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두고 “실화 소재라 부담스러웠지만 78년 된 사건이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현재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묻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정순은 전형적이지 않다. 가해자이면서도 피해자인 인물이 다층적이라 작품의 매력이 컸다”고 답했다.
이어 “4.3 사건을 다룬 작품을 많이 참고했다. 그중 증언집 속 육성이 마음에 무언가를 건드렸다. 정순이 내내 선글라스를 끼고 나오는 이유는 과거를 직시하지 못한다는 상징적인 도구다. 마지막에 이르러 고통의 장소에서 이를 직면하고자 선글라스를 벗는다”며 캐릭터의 성장을 설명했다.
정지영 감독은 “염혜란 씨와 전작 <소년들>에서 준철(설경구)의 아내 역할로 만났다, 며칠 촬영하지 않았지만 특유의 리얼하고 맛깔스러운 연기에 반해서 더 큰 역할을 맡았으면 싶었다. <내 이름은>의 시나리오를 준비할 때 다음 작품도 함께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고, 두말할 것 없이 시나리오를 수정했다”며 캐스팅 비하인드를 전했다.
엄마 정순과 살가운 모자 케미를 보여준 아들 영옥 역의 신우빈은 <내 이름은>으로 스크린 신고식을 마쳤다. 그는 “학교 다닐 때 제대로 4.3 사건을 배우지 못했다. 잘 몰라서 처음에는 접근하기 두려웠지만 시나리오를 읽을수록 역사적 사건을 겪은 한 가정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해 부모님을 생각하며 읽어 나갔다”며 “영옥은 친구들과 연대도 중요하지만 엄마와 연결도 중요하다. 정순의 집이 실제 4.3 사건을 겪은 분의 집인데 이상하게 그 장면을 찍을 때 조심스러워졌다”고 회상했다.
영화 <빅슬립>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상에 얼굴을 알린 최준우는 4.3 사건을 접하고 중압감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중3 때 역사 시간에 4.3 사건을 들었다. 그때는 역사 점수가 중요했지 깊게 파헤치지는 못했는데, 작품에 임하면서는 배우로서 책임감이 커졌다. 관련 영상과 다큐멘터리, 책, 영화 <지슬>을 보면서 공부했다. 최대한 4.3 사건을 겪은 가족과 민수라는 캐릭터에 집중했다”고 전했다.
아역으로 데뷔한 박지빈은 최근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을 통해 빌런의 얼굴을 선보였다. 연이어 <내 이름은>에서 빌런 경태를 맡아 서늘한 연기를 펼쳤다. 그는 “경태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존재하는 인물이다. 특정한 레퍼런스를 두기보다 전작의 빌런 캐릭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경태가 영옥에서 준 메시지에 주목했다. 경태가 왜곡되지 않도록 디테일한 감정 표현을 감독님 상의 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 라이징의 과정에 대해 정지영 감독은 “당초 영옥은 민수처럼 공부도 잘하는 모범생에 리더였지만 후반부에 드러나는 큰 사건과 만나면 발전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민수는 영옥을 도와주는 캐릭터로 바꾸고, 영옥을 내성적이고 우유부단한 캐릭터로 그렸다. 착하지만 민수처럼 똑똑하지는 못한 아이로 캐릭터의 역할을 각각 분담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의 현대사를 두 가지 시간으로 나눠 들여다보는 영화 <내 이름은>은 오는 4월 1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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