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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저씨’ 작가와 톱배우들이 뭉쳤지만…뭔가 2% 부족한 찝찝한 작품

최재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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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증명의 강박을 내려놓는 순간의 안온함, JTBC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남긴 것

출처:JTBC

인간은 누구나 타인에게 ‘괜찮은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 한다. 사회적 성취든, 외모든, 부의 크기든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 내려는 욕망은 현대인의 가장 보편적인 결핍이자 강박이다.

지난 5월 24일 12회를 끝으로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극본 박해영, 연출 차영훈, 이하 ‘모자무싸’)는 바로 이 지점을 정면으로 파고들었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를 통해 인간 내면의 황량함과 구원을 섬세하게 짚어냈던 박해영 작가는 이번에도 어금니를 꽉 깨물고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워 나가는 인물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묵직한 위로의 메시지를 건넸다. 2%대의 시청률로 출발해 최종회에서 5.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둔 이 작품은 웰메이드 휴먼 드라마로서의 가치를 증명해 냈다.

쓸모를 증명해야 하는 시대, 그냥 존재해도 된다는 위로

출처:JTBC

드라마는 잘나가는 영화계 친구들 사이에서 혼자만 20년째 데뷔를 준비하며 시기와 질투, 자격지심으로 미쳐버리기 일보 직전인 영화감독 지망생 황동만(구교환 분)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동만은 자신의 무가치함을 가리기 위해 끊임없이 요란한 말들을 쏟아내고 미운 짓을 일삼는 인물이다. 박해영 작가는 이처럼 ‘보잘것없는 나’를 들키지 않으려 허우적대는 인간의 밑바닥 감정을 날것 그대로 꺼내놓는다.

그리고 영화사 최필름의 기획 PD 변은아(고윤정 분), 열등감에 휩싸인 감독 박경세(오정세 분)와 그의 아내이자 제작사 대표 고혜진(강말금 분) 등 저마다의 결핍을 가진 인물들을 통해 외로움과 연대의 감각을 촘촘히 쌓아 올렸다. 차영훈 감독 특유의 황량하면서도 끝내 푸른 생기를 붙드는 감각적인 연출은 인물들의 서정적인 대사와 만나 극의 밀도를 더했다.

동만이 마침내 첫 영화를 완성하고 신인감독상을 수상하며 장황한 언어 대신 곁을 지켜준 이들을 향한 간결한 진심만을 전하는 엔딩은, 쓸모를 증명해야만 안심하는 시대에 “그냥 존재해도 된다”는 안온한 위로를 전하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길었던 ‘진상’ 서사와 비호감 캐릭터가 남긴 피로감

출처:JTBC

그러나 눈부신 호평과 묵직한 여운 뒤에는 12부작이라는 짧은 분량이 가진 물리적 한계에서 비롯된 짙은 아쉬움도 공존한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가장 극명하게 갈렸던 대목은 주인공 황동만의 ‘진상’ 서사가 지나치게 길게 이어졌다는 점이다.

동만의 자격지심과 열등감이 폭발하며 주변인들에게 상처를 주는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그가 처한 현실에 공감하면서도 극 중반부 이후로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대중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밑바닥 감정을 직시하게 하려는 작가의 의도는 이해하나, 감정의 변곡점에 이르기까지 시청자가 인내해야 하는 서사의 호흡이 과하게 길어지면서 극적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을 낳았다.

더욱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일부 비호감 캐릭터들의 문제 역시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영화계의 실세이자 이기적인 인물들이 보여주는 이른바 ‘계급질’과 미성숙한 방어기제들은 현실 고증이라는 측면에서는 탁월했을지 몰라도, 드라마틱한 감정적 카타르시스를 원하는 시청자들에게는 불쾌한 잔상을 남겼다. 이들의 서사가 필요 이상으로 세밀하게 다뤄지면서 극의 중심축이 분산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방대한 서사 대비 부족했던 12회, ‘선택과 집중’의 아쉬움

출처:JTBC

가장 치명적인 부분은 최종회의 급마무리된 듯한 전개다. ‘모자무싸’는 황동만과 변은아를 비롯해 8인회 멤버들, 그리고 황진만(박해준 분), 오정희(배종옥 분), 장미란(한선화 분) 등 주변 인물들까지 지나치게 많은 등장인물의 개인적 서사와 트라우마를 일일이 조명하고자 했다. 12회라는 짧은 분량 안에 이 방대한 인간 군상의 결핍과 구원, 화해의 과정을 모두 담아내기에는 물리적인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결과적으로 중반부까지 느린 호흡으로 인물들의 감정을 집요하게 쌓아 올리다가, 마지막 회에 이르러 모든 인물의 갈등이 급작스럽게 봉합되고 해피엔딩으로 치닫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은아와 미란이 진짜 가족이 되는 과정이나 경세와 혜진의 이혼 위기 극복 등이 조금 더 설득력 있게 그려지기 위해서는, 주변 인물들의 방만한 가지치기를 과감히 생략하고 황동만과 변은아 등 중심 인물 위주의 밀도 높은 이야기에 선택과 집중을 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가 붙든 구원의 문장

출처:JTBC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가 남긴 궤적은 뚜렷하다. 타인의 시선이라는 감옥에 갇혀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는 이 시대의 모든 ‘황동만’들에게, 드라마는 투박하지만 따뜻한 손을 내밀었다.

비록 서사의 완급 조절과 분량 배분에서는 매끄럽지 못한 균열을 드러냈을지라도, 인간 내면의 수치심과 불안을 이토록 정면으로 마주하고 위로를 건넨 작품은 드물다. 완벽하지 않은 인물들이 서로를 끌어안으며 마침내 도달한 평화는, 지금도 저마다의 무가치함과 치열하게 싸우고 있을 우리 모두에게 여전히 유효한 구원의 문장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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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필 기자
최재필 기자
damovie201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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